보통의 노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2
이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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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아닌데요. 아들이에요. 제가 낳은 아들.

두 사람의 관계를 당연히 '누나-동생'일 거라 지레짐작한 사람들 앞에서 노을의 엄마는 꼭 한마디 덧붙였다. 열여덟의 껑충한 고등학생을 아들이라 말하는 최지혜 씨는 누가 봐도 20대 후반 같았기에- 사람들은 당황하고야 말았다. (아... 결혼을 엄청 빨리 하셨나봐요^^;;;...하는) 때로는 더 이상한 시선을 받기도 한다. 남매라면 그토록 예뻐 죽겠다는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지는 않을 테니까. '뭐지, 저 둘은?'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목소리들은 언젠가부터 노을을 힘들게 했다. 최지혜 씨가 그런 마음을 눈치채고 걸음을 멈춘다. "아들, 내가 창피해?", "누가 창피하대? 그냥 쓸데없는 것까지 일일이 말할 필요는 없다는 거잖아.", "먼저 쓸데없는 말을 한 건 옷 가게 직원이었어." ...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모자의 TMI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노을의 생각에는 동의가 됐다.

지혜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18년 동안, 노을이를 혼자 잘 키워냈다. 아들을 낳은 후로는 누군가와 사귀어 본 적이 없었다. 노을은 그게 혹여 자신 때문은 아닐까, 엄마도 아들이 아닌 배우자로서의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던 중- 성빈이 돌아왔다. 노을의 가장 친한 친구인 성하의 오빠인 성빈은 오래전부터 지혜 씨를 좋아했다. 군대나 다녀오고 얘기해, 대학 졸업하고 다시 생각해 보자, 취업하고 다시 와-의 끝까지 와버린 것이다. 노을과 성하보다 딱 10살 많은 성빈은(지혜 씨보다는 6살 어리다), 이제 막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노을은 성빈의 등장이 신경 쓰인다. 지혜 씨가 성빈에게 흔들리고 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그냥 뭐?"

"엄마가 좀 평범한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는 것뿐이야."

"네가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이 누군데? 아니, 평범함이 대체 뭔데?" (본문 중에서, 106쪽)

'평범함'이라는 건 뭘까?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노을이 말하는 평범함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을 관계. 엄마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조금 연상인 어떤 사람. 엄마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고, 엄마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러니까 남들이 봤을 때 괜히 수군거리지 않을만한 사람, 이상한 눈빛으로 보지 않을 사람, 적어도- 두 사람의 교제에 누군가 딱히 반대를 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을만한 사람. 기억하는 모든 순간- 노을은 사람들로부터 그런 시선을 받아왔을 것이다. 그러니 이해도 됐다. 엄마는 아직 너무 젊었고, 그러니까 당연히 남은 날들이 훨씬 많았고- 그날들은 괜히 다시 한번 훑는 기분 나쁜 시선 밖에 있기를 원했을 테다.

하지만 엄마는 성빈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노을을 대하는 성빈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면, 지혜 씨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 지혜가 마음의 부담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그저 거기에 있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노을은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두 사람의 관계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노을이 찾는 '평범한 삶'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이나 평균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삶? ...그런 건 없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의 얼굴이 각기 다르듯, 다른 모양-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다를진대, 모두의 삶을 평균 내어 평범한 삶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래서 혼란스러운 오늘을 보내고 있는 노을이에게) 보통의 삶, 평범한 삶 대신- 자기만의 삶을 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너는 특별하니까. 젊은 엄마를 두어서가 아니라, 그냥 너여서- 네가 '노을'이어서 특별하니까, 너만의 특별한 삶을 살라고. ... 그리고 그건 나 스스로에게, 내 딸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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