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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철학 - 깊은 공부, 진짜 공부를 위한 첫걸음
지바 마사야 지음, 박제이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공부의 철학'을 얘기하기에 앞서,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부터 얘기해봐야겠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는 '공부'라는 말을 숱하게도 들어왔다. 그런데 정작, 공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하다. 그것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누군가 우리에게 '공부하라'고 했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과연, 문제를 풀고 채점하던 시간들이 진짜 공부하는 시간이었을까? (물론 그 역시 공부다. 하지만 왜 그 공부가 필요한지, 공부란 무엇인지 고민되지 않은 채 시작된 공부는 결국 수증기처럼 증발되어 사라져버린다)
공부는 한자로 工夫, 장인 공에 지아비 부를 쓴다. 지금의 '어른'을 고대에 夫라 썼음을 감안한다면, 공부란 심혈을 기울여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이다. 공부의 사전적 의미인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이 책 <공부의 철학>에서 말하고 있는 공부는 굳이 따지자면 전자에 가깝다. 저자는 공부가 지식이나 정보를 마냥 쌓아올리는 일이 아니라 기존의 환경에 동조하며 살아온 자신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공부란, 주어진 환경과 관계 속에서 보수적으로만 살아온 나를 버리고, 나만의 언어를 가지고 보다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내기 위한 준비과정인 것이다.
어쩌다 보니 동조하고 있는 상태에는 무엇을 하면 좋다고 여겨지는가, 무엇을 하면 안 된다고 여겨지는가와 같은 배후에 깔린 코드, 즉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물러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이 빠져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코드라도 보편적인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본문 31쪽)
특히 언어와 문화의 관계를 통해 공부의 필요성을 역설한 1장이 흥미롭다. 언어 습득이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사고하는가를 뿌리부터 세뇌 받은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언어로 주류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주입받는다는 것. 하지만 일상 속에서 이를 자각하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러니, '언어를 통해, 우리는 타자에게 점령당했다(36쪽)'는 저자의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보다 의식적으로 '언어를 일부러 조작하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행동을 취하기 전에, 진중하게 멈춰 서서 환경과 자신이 지금껏 어떻게 유착되어 왔는지를 분석할 필요성이 있겠다.
물론,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공부란 획득이 아니라 상실이다."라고 썼다. 지금 사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면 깊이 공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도 썼다. 하지만 생활에 무언가 변화가 일기를 바라고, 기존의 자신이 전복되고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변신을 위한 공부는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에서의 상실은, 지난날의 나를 잃는 것. 뭔가 허한 기분이 자꾸 든다면, 뭔가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몸이 꿈틀거린다면- 꼭 이 책으로 시작하시기를. (오랜만에 정말 신나고 설레는 독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