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만이 무기다 - 읽기에서 시작하는 어른들의 공부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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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우리보다 훨씬 현실 세계를 사는 것에만 만족한다. (...) 동물은 우리 인간과 비교해 어떤 의미에서 정말 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즉 편안하고 불투명하지 않은 현실을 향유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동물은 육체를 얻은 현실이다. 그 명확한 정서의 안정은 사고와 불안에 의해 누차 동요하고, 불만을 쉬이 품는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 우리가 애완동물에 대해 갖는 기쁨은 그야말로 이 동물 특유의 현실에 완전히 매몰되어 있다는 부분이 크다. 애완동물들은 의인화된 현실이며, 우리에게 스스럼없는, 불투명하지 않은 시간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쇼펜하우어 (본문 230쪽에서)

아트만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키운 쇼펜하우어는 동물을 관찰하면서 이와 같은 통찰에 이르렀다고 한다. 반려동물들이 단지 귀여움만으로 인간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현재를 살아가는 만족을 구현함으로써 인간에게 가르침을 준다니. 쉽게 공감되면서도 신선한 해석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그의 해석을 '통찰'이라고 부른다.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과 현상을 꿰뚫어보고 그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각자가 일일이 통찰하지 않아도 될 만한 편리한 기기와 시스템으로 가득 차있다. 우리는 이러한 환경을 당연한 듯 이용하며, 스스로 다시 생각해 보거나 관찰에 의한 통찰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 때문에 모든 일을 노하우로 대처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삶의 방식이 대두되었다. 인간관계부터 취직, 노후의 삶까지 인생의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기성의 노하우가 준비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나만의 인생을 살기보다 그저 정해진 수순을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이유 모를 답답함은 그러한 환경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이 책 <지성만이 무기다>는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는 어른들을 위해 사유와 읽기의 기술에 대해 쓰고 있다. 에이, 이것 역시 노하우네! 싶을 수도 있지만, 막상 책을 펼쳐들면 그런 생각은 싹 가신다. 왜냐하면 '읽는다'라는 행위는 사실 굉장히 적극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책에 쓰인 칸트의 발상법, 니체의 메모법 등 이렇다 할 철학자들의 공부법보다 독일에서 유학을 하며 저자가 겪었던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더 와 닿는다.

 

 

+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좋았던 것은, 저자가 책을, 그러니까 '읽는다'는 행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고스란히 느껴졌다는 점이었다.
+ 책은 친절하게도 그 말미에 '공부를 즐겁게 해주는 책', '철학과 종교에 대해 읽었으면 하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비교적 읽기 쉬운 책을 소개했다지만 그 제목들에서 무게가 느껴진다. 그렇지만 언젠가 꼭 한번 읽어볼 책으로 적어두었다.
+ '정독'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다시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 마음이 다잡히면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만 있었던) <팡세>를 정독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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