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스콜라 창작 그림책 7
윤여림 지음, 안녕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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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비가 내린다. 유난히 비를 무서워하는 아이가 또 빗소리를 듣고 엉엉 울고 있지는 않을까 지레 걱정이 된다. 평소엔 웃으며 등원하는 아이인데, 비 오는 날이면 유난히 나와 헤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하늘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비 오는 날 헤어지면 엄마를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게 엉엉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어린이집 문 앞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안다. 아이는 곧 울음을 그칠 것이다. 언니 오빠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고, 즐거운 동화책에 빗소리 따위는 금방 잊을 것이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도 잘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이제야 조금씩 느껴진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던 탯줄은 잘라냈지만, 그보다 더 강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우리는 꽁꽁 묶여있다. 잠깐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화장실도 못 가게 잡아두는 아이이기에 그 끈을 아이가 더 세게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어쩌면 엄마인 내 쪽에서 훨씬 더 강한 힘으로 잡아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아이가 옆에 없을 때도 아이를 생각하니까.

이제는 아니야. 너는 확실히 알게 된 거야.
아무리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 해도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난다는걸.

하지만 진짜 눈물 포인트는 거기가 아니었다. 아이가 훌쩍 커서 국토대장정을 떠났을 때, '엄마, 발바닥 다 나았어요. 날씨도 좋으니까 돈 워리~!'하고 가볍게 보낸 문자를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엄마의 마음을 읽었을 때다. 더 멀리, 더 오랫동안 아이는 집을 떠났다. 그리고 엄마는 집에 남았다. 알록달록 장난감으로 어지러웠던 방은 커다랗고 두꺼운 책이 가지런히 꽂힌 청년의 방이 되었고, 엄마는 어딘지 모르게 나이 들었다. 엄마는 '그래도 괜찮다'라고 말한다. 순간, 나는 엄마에서 딸이 되었다. 엄마로 사느라 자꾸 잊게 되는 딸의 모습. 그제야, 큰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 아빠가 내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아이야,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렴.
날다가 힘들어 쉬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오렴. 엄마가 꼭 안아줄게.




+ 그러니 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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