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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들
크리스토발 레옹 글, 크리스티나 싯자 뤼비오 글.그림, 박선주 옮김 / 베어캣 / 2017년 3월
평점 :
그러고 보니 엊그제가 식목일이었다. 식목일이 공휴일이던 시절 자랐던 나는, 문구점에서 파는 꽃씨를 사다가 집 앞 화단에 뿌렸던 기억이 난다. 꼭꼭 흙으로 씨앗을 묻어두고 물을 촉촉하게 뿌려주고 나면, 며칠 사이 예쁜 새싹이 돋아나던 일. 요즘 들어 다시 생각해보면, 그 경험이 얼마나 소중했던가- 반추하게 된다. 베어캣의 새 그림책 <이상한 사람들>은 그때의 기억들을 떠오르게 하는 책이었다.
길게 쭉쭉 뻗은 나무가 울창한 숲, 과연 이 숲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짙은 풀 내음이 날 것만 같은 표지와는 달리, 이야기는 조금 울적하다. 어느 날 갑자기 숲 속 동물 친구들의 집이 사라져버린 것. 동물 친구들은 임시방편으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더미를 찾아와 집을 지어보지만, 뭔가 잘 맞지 않는다. 대체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 동물 친구들은 온통 조각조각 잘라져 있는 집들을 발견하고는, 집을 그렇게 만든 '이상한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물론 그 대화가 잘 됐을 리 없다. 그리하여 동물 친구들이 선택한 방법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들의 집도 어느 날 갑자기 없애기로 한 것. 아이들 그림책답게, '이상한 사람들'은 동물 친구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준다. 그들이 가져갔던 게 원래 우리의 집이었고, 우리에게는 그 집들이 필요하다는 말을.
내용도 내용이지만, 돌쟁이 아기인 채원이는 그림이 주는 희로애락에 즐거워했다. 책은 색채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활용해, 동물 친구들이 느끼는 기쁨과 환희, 슬픔과 절망을 표현했다. 해서 글을 읽지 않아도, 동물 친구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채원이는 책의 앞부분, 동물 친구들의 파티 장면을 제일 좋아했고, 채원이 아빠는 동물 친구들이 쓰레기 더미를 가져다가 집을 짓는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라 말했다)
그리고 괜히 생각이 많아진 엄마는,
언젠가 이 책을 다시 읽고 채원이와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다.
1. 사람들은 왜 동물 친구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을까?
2. 사람들의 집을 없애는 동물 친구들의 계획은, 정말 최선이었을까?
3. 동물 친구들과 동물 친구들의 숲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더 깊은 곳에서는, 이 책이 던지고 있는 문제의식이 비단 '자연 파괴'나 '자연 보호'에서만 그치지 않는다고. 이는 거대 권력에 대항하는 소시민의 모습이기도 하며, 하우스 푸어가 넘치는 오늘의 한국 사회를 풍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고(특히 재개발 문제), 그런 생각들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