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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로 풀고 세기로 엮은 대세 세계사 1 - 인류 탄생부터 13세기까지 ㅣ 대세 세계사 1
김용남 지음, 최준석 그림 / 로고폴리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7차 교육과정의 첫 세대였던 내게 가장 충격적인 자습서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누드교과서' 되겠다. (지금도 발간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등학생이 되면, '수학의 정석' 같은 클래식한 책을 끼고 다니는 것이 중학생 시절 로망이기는 했으나- 막상 수학의 정석을 펼쳐보니 머리가 지끈거리기만 했던 것. 그때 혜성처럼 나타난 누드교과서는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옆에 앉아 조근조근 설명해주는 듯한 친근한 어투로 다가왔다. (거의 전 과목 누드교과서를 쟁여놨던 기억이;ㅁ;...!) 실제로 이 책은 고등학생을 위한 개념서임에도 불구하고 당시로서는 전무후무했던 '~했죠', '~라구요' 등의 구어체를 그대로 사용했었다. (컬러 일러스트는 당연했고) 그러니 머리에 쏙쏙 들어올 수밖에! 특히 역사 과목에서 이 전략은 더욱 빛났었는데, 역사란 것이 하나하나 외우려 들면 절대 외워지지 않고- 큰 그림을 보고 흐름을 이해해야만 작은 것들도 외워지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세계사를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 나라의 역사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로 구분 짓지 않고 개괄적으로 훑는 것도 어려운 일일진데- 동서양을 한 번에 봐야 하다니! 그래서 늘, 세계사 공부는 그리스-로마 시대에서 그치곤 했다.
번번이 포기하기는 했었지만, 그래도 언젠가 세계사를 한번은 훑어야지! 했던 다짐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특히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그랬다. 유구한 역사 속의 장면 장면들이 눈앞에 전시되어 있는데, 그걸 굉장히 피상적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괜히 서글펐다. 게다가 그림을 좋아하게 되면서부터는 더 그랬다. 회화라는 것도 결국 역사의 일부. 특히 고대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회화는 언어와 다름없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들의 역사를 모르고는 회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책 <대세 세계사>는 한 번쯤 세계사를 훑고는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 시작조차 못했던 나 같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고등학생 시절 끼고 살다시피했던 '누드교과서'의 '친근함' 전략을 그대로 갖다 쓰면서도 역사를 세부적으로 쪼개지 않고, 큰 그림으로 보게 돕는다. (누드교과서는 친근하기는 했지만,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수능 대비용 개념서였기 때문에 한 시대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로 조각조각 내 설명해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정치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는 기존 역사서와는 달리, 경제를 큰 축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돈이 중요해;ㅁ;...) 의외로 역사는 기후 변화나 과학 기술의 발전, 경제 체제의 변화 때문에 바뀐 측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역사를 거대한 제국의 흥망성쇠를 기준으로 나누지 않고(그리스시대, 로마시대 등) 세기 단위로 나눠 동서양을 함께 보고 있다는 점도 신선한 시도였다.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두툼한 책이라 하더라도, 인류의 탄생부터 13세기까지를 총망라하고 있으니 지면이 부족한 것은 당연할 터. 어쩔 수 없이 굵직굵직한 사건들 위주로 서술되어 있지만, 중간중간에 다른 책에서는 보기 힘든 미시사도 꽤 등장해 주위를 환기시킨다. 예컨대 여성문제라던가,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 같은 것. 개인적으로는 '인류의 모든 것은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지라;ㅁ;... 문자로 자기들의 삶을 기록하고,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했으며, 발효 빵은 물론 맥주까지 만들어 마셨다는 수메르인들에게 호기심이 크게 일었다.
띠지에 적힌 홍보문구처럼, 이 책 <대세 세계사>는 팟캐스트를 듣는 듯 술술 읽힌다. 물론 이 책을 한번 스윽 읽었다고 해서, 세계사가 한눈에 쏙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다 한들 어떠랴. 감히 엄두가 안 나 시작도 못했던 세계사의 문을 활짝 열었는데. 이렇게 개괄적으로나마 세계사를 쭉- 훑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