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울 것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자유'라는 두 글자의 이면에는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 맑고 푸르른 두 글자의 뒤에는 처절함과 애처로움, 간절하게 내뻗은 손이 있다. 그래서 '자유롭다'가 아닌 '자유로울 것'이라는 책의 제목은 (개인의 취향을 완전히 저격한!) 상큼한 겉표지와는 달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임경선의 새 에세이. 몇 권의 장편소설도 썼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의 에세이에 훨씬 마음이 끌린다. 읽어보면 특별한 이야기도 아닌데, 외려 그 특별하지 않음이 나를 더 강하게 잡아끄는지도 모르겠다. 열댓 권의 책을 출간하고, 라디오 게스트로도, 텔레비전 프로그램 게스트로도 종종 얼굴을 내비치는 그녀라 이미 유명인의 반열에 올라섰을 테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에세이는 여전히 담백하고 소탈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책 <자유로울 것>역시 그녀의 이야기가 솔직하게 담겼다. 그녀의 먹고사는 이야기와 사사로운 감정들과 생각들이.
책장이 술술 넘어가던 와중에,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춰 섰다. 양자택일의 문제.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남자 A와 남자 B 사이에서 고민하던 일. 딱히 잘하는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먹고사는 일이 해결되는 일 A와 리스크가 크지만 하고 싶은 일인 B 사이에서의 고민. 생각해보니 우리 삶은 늘 A와 B 사이에 있었다. 우리에게는 늘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지만, 자유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무언가를 꼭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를 움켜쥐고 쉬이 놓아주지 않는다.

최근 내 앞에 놓인 선택지는 '전업주부로써 아이에게 최대한 집중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잠시 흔들렸던 자아를 되찾는 것'. 아이는 분명 그 자체만으로도 부모에게 행복을 주는 사랑스러운 존재이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나의 자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것에는 아직도 마음이 철컹 걸린다.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엄마'가 되기 위해서 포기한 많은 것들이 아쉽다. 그래서인지, 많은 말을 아껴두고 인용해온 레이먼드 카버의 산문집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의 한 구절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직 부모만이 느낄 수 있는 성숙한 기쁨과 만족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독약을 먹겠다. (173쪽)

어쨌거나, 이번에도 역시 좋았다. 그녀가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서둘로 단골 카페로 가 작업을 시작했듯, 아기가 낮잠에 빠져들면 정신없이 책을 찾아들어 읽었다. 그녀와 나의 묘하게 같고 다름 사이에서 작은 쾌감이 일었다. 꼭 그러라고 쓴 것도 아닐 텐데, 어쩐지 조금은 위안을 얻었고, 어쩐지 조금은 (책 제목처럼) 자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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