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엄청나게 행복한 마법의 숲 - 용감한 다섯 영웅이 펼치는 흥미진진하고 대단한 모험 이야기 스콜라 창작 그림책 5
매티 롱 글.그림, 김혜진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1. 지난 토요일, 광장에 100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한 것은 '대통령의 하야'. 하지만 '하야'가 끝이 아니다. '하야하라'는 구호 뒤에 숨겨진 진짜 본질은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 그래서 모두 다 같이 신나게 살자는 것. 설마, 했던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야 하겠어? 하는 일도 사실로 드러났다. 우리는 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마저 잃었고, 그 어느 노랫말처럼 길가에 버려졌다.

'행복한 세상'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일까. 그런 세상은, 동화 속에나 나오는 걸까.
그런 생각에 '자괴감'이 들 무렵, 이 책 <아주아주 엄청나게 행복한 마법의 숲>을 만났다.


2. 그래, 너희라도 행복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림책을 열었는데, 웬걸- 여기에 오늘의 한국 사회가 그대로 녹아있다. 이야기인즉슨 이러하다. '아주아주 엄청나게 행복한 마법의 숲'에는 숲을 지켜주는 신비한 생명의 크리스털이 있는데, 어느 날 크리스털을 도둑맞은 것이다. 숲에서 가장 지혜로운 떡갈나무 할아버지는 재빨리 회의를 소집하고, 용감한 다섯 영웅을 뽑아 전장으로 내보낸다. 그들은 숲을 지켜내겠다는 사명감으로 꽁꽁 언 산봉우리에서도, 무시무시한 위험 속에서도 싸워 이긴다. 그리하야 도착한 악마의 탑. 심호흡 열 번 하고 그 문을 딱! 열었는데! 세상에, 평화로운 다과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3. 그리고는 반전, 이건 정말 대반전. 다섯 영웅들을 전장으로 보냈던 떡갈나무 할아버지의 고백. "영웅들은 멍청하게 헛수고를 한 거지. 나는 크리스털을 모두 팔아서 근사한 쾌속정을 살 거야!" 그 야심찬 고백에 쿵, 마음이 내려앉는다. 설마, 범인이 떡갈나무 할아버지일 줄이야. 숲을 지키는 크리스털과 맞바꾼 게 겨우 '쾌속정'일 줄이야. 이 실망감과 허탈함은 오늘의 우리 마음과 다르지 않다.

4. 이야기는 우리가 상상한 대로 전개된다. 숲을 지키는 다섯 영웅은 진짜 악당을 물리치고, 크리스털을 되찾아온다. 영웅들이 승리한 것이다. 숲은, 당연하게도 예의 그 '아주아주 엄청나게 행복한 마법의 숲'으로 돌아왔다. 알록달록 오밀조밀 예쁘게도 그려진 그림책을 읽으며 오늘의 한국 사회를 투영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지난주 광화문에 나온 다섯 살 꼬마 아가씨의 손피켓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아이는 크레파스로 위쪽에는 '박근혜는 하야하라'를 쓰고, 그 아래쪽에 들판과 활짝 핀 꽃, 나비를 그려넣었다. 이 그림책의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밝고 예쁜 톤으로. 아이는 '하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을까.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있을까. 아이에게 대통령의 하야가 꽃이 핀 동산이라는 것이 묘하게 슬펐다. 아가, 어른들이 미안해) 아이가 바라는 세상을, 아이에게 주고 싶은 세상을 다시 한번 '꿈꾸게 된다'.

그림책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100만, 아니 4,000만 영웅들이 승리하기를.
그래서 이 나라도, '아주아주 엄청나게 행복한' 곳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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