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리고는 반전, 이건 정말 대반전. 다섯 영웅들을 전장으로 보냈던 떡갈나무 할아버지의 고백. "영웅들은 멍청하게 헛수고를 한 거지. 나는 크리스털을 모두 팔아서 근사한 쾌속정을 살 거야!" 그 야심찬 고백에 쿵, 마음이 내려앉는다. 설마, 범인이 떡갈나무 할아버지일 줄이야. 숲을 지키는 크리스털과 맞바꾼 게 겨우 '쾌속정'일 줄이야. 이 실망감과 허탈함은 오늘의 우리 마음과 다르지 않다.
4. 이야기는 우리가 상상한 대로 전개된다. 숲을 지키는 다섯 영웅은 진짜 악당을 물리치고, 크리스털을 되찾아온다. 영웅들이 승리한 것이다. 숲은, 당연하게도 예의 그 '아주아주 엄청나게 행복한 마법의 숲'으로 돌아왔다. 알록달록 오밀조밀 예쁘게도 그려진 그림책을 읽으며 오늘의 한국 사회를 투영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지난주 광화문에 나온 다섯 살 꼬마 아가씨의 손피켓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아이는 크레파스로 위쪽에는 '박근혜는 하야하라'를 쓰고, 그 아래쪽에 들판과 활짝 핀 꽃, 나비를 그려넣었다. 이 그림책의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밝고 예쁜 톤으로. 아이는 '하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을까.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있을까. 아이에게 대통령의 하야가 꽃이 핀 동산이라는 것이 묘하게 슬펐다. 아가, 어른들이 미안해) 아이가 바라는 세상을, 아이에게 주고 싶은 세상을 다시 한번 '꿈꾸게 된다'.
그림책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100만, 아니 4,000만 영웅들이 승리하기를.
그래서 이 나라도, '아주아주 엄청나게 행복한' 곳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