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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이다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평점 :
우주를 만들어본 적이 있다. 정확히는 우주 탐사를 체험하는 4D영상물이었다. 우주정거장에 문제가 생겨 나로호가 멋지게 그것을 해결하고 돌아온다는 1차원적인 스토리였는데, 중요한 것은 스토리보다 영상물의 이미지와 입체감, 라이드를 했을 때 얼마나 '신나는가'였기 떄문에 과하게 나로호가 부각된 스토리는 만들던 이 중 누구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우주를 만들면서, 우주를 생각했다. 많은 자료가 쌓여갔지만 그것만으로는 그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우주적 상상이 나의 우주적 상상을 증폭시켜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상상하고 있던 우주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것, 무의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우주가 어떻건, 내가 만든 우주 속에는 무언가 자꾸 추가되어갔다. 여기가 좀 허전한데? 여기 행성을 하나 더 그려넣자. 이쯤에서 지구가 보였으면 좋겠어. 우주정거장은 더 멋져야 하는 것 아니야? 나로호의 속도를 더 높이자 등등. 그런 이야기가 자꾸만 오갔다. 그럼에도, 그런 복잡한 우주를 그리면서도 머릿속은 점점 검게 변해갔다. 우주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것은 어두웠고, 깊었고, 그래서 섬뜩하리만치 고요했다.
김중혁의 우주는 어땠을까. 그의 우주도 나의 우주와 비슷한 모양새를 지녔을까. 그도 어쩔 수 없이 이것저것 양념을 계속해서 추가해야만 했을까. 어둡고, 깊고, 그래서 섬뜩하리만치 고요한 것 만으로는 소설이 되지 않으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위아래도, 가깝고 먼것도 없는 온전한 암흑 속에서 낙하산을, 여자친구를, 어려서 헤어진 엄마를 또 한번도 말을 섞어보지 않은 이복동생을 굳이 이야기해야할 이유는 무엇이었으려나. '나는 농담이다'라고 표지에 떡하니 써놓고서는 단 한번도 나를 크게 웃게하지 못했던 코미디 속에서 그 언젠가 만들었던 나의 우주가 떠올랐다. '얼마나 신나는가'가 가장 중요했던 영상이었는데, 그 영상은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을 '신나게' 만들어주었을까.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이야기를 '유치'하고 '재미없고', '뻔하고', '작위적'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농담이 마냥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