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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생각하는 즐거움 - 검색의 시대 인문학자의 생각법
구시다 마고이치 지음, 이용택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진하게 내린 커피를 한 잔 들고, 소파에 앉았다. 앞에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이 놓였지만, 첫 장을 열기가 쉽지 않다. 별 것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이 책의 제목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이 나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있는 것도 좋아하고, (내가 생각하기에)'생각하는'것도 좋아한다. 그런데 갑자기 그 모든 것이 허상으로 느껴진다. 왜일까, 하고 생각해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근질근질해져온다. 생각에 빠지지 못한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는,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몰랐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혼자'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일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은 철학자이자 문필가인 구시다 마고이치가 1950년부터 1955년 사이에 쓴 마흔 네 편의 글을 묶은 것이다. 무엇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썼을까, 하고 차례를 펼쳐보니 입이 떡하고 벌어진다. 그 주제 하나하나가 500페이지짜리 책으로 엮이고도 모자랄 만큼 깊고 넓은 것들이었기 떄문이다. 그러니까 행복이라든지, 고독, 불안, 사랑의 표현, 비겁함, 아름다움, 사랑, 꿈, 일한다는 것, 모방한다는 것 등등. 그 주제들은 하나같이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생각의 원재료'들이었다.
모든 것을 다 담았을 것 같은 책에는 결국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게 마련이다. 이 책 역시 한 주제를 다룬 몇 페이지 사이에 그것에 대한 완벽한 진리를 담았다거나, 엄청난 깨달음을 담아 우리를 교화시키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각각의 주제에 대한 저자의 깊은 고민과 생각들이 진솔하게 담겼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모르는 우리에게 저자는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을 알려주고자 했던 것이다.
해서 이 책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은 한번에 주욱- 읽어내려가기보다, 그 날의 기분에 맞는 하나의 주제를 골라 구시다 마고이치의 생각을 들어보고, 또 내 생각을 정리해보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실체가 없는 막연한 감정일지라도, 깊게 생각해보고 또 글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진 후에는 훨씬 명료해질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삶이, 우리의 오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