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툽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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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신간이라고 해서, 책 소개도 읽지 않고 얼른 장바구니에 담았던 <마크툽>. 읽으려고 꺼내들어보니 한 권의 우화집이다. 짧은 에피소드들로 엮인 우화집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아마도 나는 장바구니에서 이 책을 다시 뺐을 것이다. 어쨌거나 '파울로 코엘료'라는 이름 덕분에 정말이지 오랜만에(실은 거의 20여 년 만에) 우화집을, 이 동화 같은 이야기들을 읽게 되었다. 우화집답게, 책은 삶의 어느 조각을 떼어내어 낯선 시선으로 한참을 들여다본 후, 그 사이에서 하나의 빛을 발견하게 한다. 그것은 우리가 힘에 겨울 때, 길을 잃었을 때 하나의 나침반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화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신이며 현자는- 그럼에도 여전히 동화 같은 성격을 띠고 있어 '음, 역시 동화 같은 이야기군'하고 한걸음 떨어져 이야기를 관조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게 순수한 동심이나 믿음 따위는 없는건지'ㅁ;...)

책에 쓰인 179개의 이야기는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듯하지만 다시금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이야기, 웃음을 머금게 하는 유머러스한 이야기들이다. 제목인 <마크툽Maktub>이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는 아랍어라는 것을 상기해본다면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것은 일견 당연하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내게 큰 깨달음을 주지 못한 채, 그저 짧은 동화처럼 훅훅 지나가 버렸지만- 그래도 책을 덮을 때쯤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 '매일 글을 쓰는 것'. 코엘료는 이 책의 서문에서 잡지에 연재를 시작할 때는 의욕이 앞섰지만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스케쥴 속에서도 글을 쓰는 일이 힘든 과정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매일 글을 쓰는 과정 속에서 새롭게 글을 쓰는 힘을 터득하게 되었고, 자신의 글과 타인의 글을 포함하여 재발견하는 기쁨을 얻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영혼의 풍요'를 경험했다고.

여전히 첫 문장을 쓰는 일은 힘에 겹지만, 그래도 매일 읽고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시금 생각한다. 아무도 이 글을 읽지 않는다 해도, 또는 내가 비밀로 간직하려 한 글을 결국 누군가가 읽는다 해도, 글을 통해 나의 영혼을 작동시키도록 애쓰기로 한다. 글을 쓰는 단순한 행위는 언제나 그렇듯 생각을 정리하고 주위의 일들을 명확하게 파악하도록 도와줄 테니까. 그러니까,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가 가진 잠재적 가능성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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