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스물한살 여름쯤, 친했던 친구들이 갑자기 쌩-하고 돌아섰다. 그 이유가 어떤 소문 때문이었다는건 한참 뒤에야 알았다. 내가 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어떤 이유에선지 내 이름과 함께 떠돌고 있었다. 처음에는 소문의 근원이 궁금했는데, 나중에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를 찾아오지 않았던 친구들이 궁금했다.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와서 내게 따지기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게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대학시절 좋은 친구들을 잃었다.

 

그 일이 있고 몇 달동안, 나는 대인기피증 비슷한 것에 시달렸다. 자취방 밖으로는 조금도 나가기 싫고,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은- 겨우 나를 일으켜 수업만 간신히 듣고, 또 집에 혼자 앉아 영화만 내리 봤다. 그랬던 시절도 있었다. 그 이유가 아마도 친구들을 한꺼번에 잃어서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던건 훨씬 더 뒤의 일이었다.

 

그 일이, 내게 담담한 일이 되었을 때쯤에, 어쩌면 나는 깨달았던 것 같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며 살 수 없고, 모든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줄 수도 없다는 것을. 이십년가까이 온몸으로 부정하려 했던 것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면서 나는 열병을 앓았다. 하지만, 열이 내렸을 때 나는 한결- 편해졌음에 분명하다. 그러니까, 미움받을 용기.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사랑받으려, 그들에게 속하려 나의 오늘들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서, 나의 어떤 목적을 위해서 나의 오늘을 택해가는 것. 내가 옳고 너는 틀렸네, 그러니까 너는 나를 따라야하네- 등등의 권력투쟁을 내려놓고, 이 세상을- 그러니까 ‘나’와 ‘너’를 좀 더 수평적인 관계로 인지할 것.

  

책은, 마치 스물한살의 내가 대답을 구하는 듯 했다. 내게는 한번 지나간 열병이라 오늘의 나를 크게 자극하지는 않았지만,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 속에서(더 정확히는 청년은 질문하고 철학자는 답하는 과정 속에서) 그냥, 아팠던 그날들이 떠올랐고- 그 어떤 날들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참 좋았을걸-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꽤 이성적으로 쓰여진 위로의 문장들.

 

*  *  *

 

책은 재미있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위로가 되기도 했고-

또 아들러심리학이라는 새로운 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불어넣기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이 책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1. 이 책은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책을 읽어보면 대화의 느낌보다는 청년이 묻고 철학자가 대답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철학자의 문장들은 꽤 단호해서, 상대를 천천히 물가로 데려가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자, 여기 내가 물을 줄게. 마시든지 말든지, 그건 네 선택이지만’하는 조금은 차갑고, 도도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고지식한 느낌을 주었다. (철학자의 주장이나 이론에 대부분 동의했지만, 그의 문장들은 내게 다른 의미의 폭력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책의 디자인에서도 느껴졌다. 책은 간간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장들을 미리 밑줄쳐놓곤 했는데, 나는 그게- 독자의 역할을 빼앗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중고등학생시절- 선생님이 여기다 별표 다섯 개 그리라고 했던 것 처럼.)

2. 이건 좀 민감한 문제일 수 있는데, 이 책의 논리는 어떤 부분에서는 사회의 문제까지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려 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은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즉 트라우마-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쓰고 있는데- 과연 정말 그러한가, 라는 점이다. 물론, 책이 주장하는대로 과거의 어떤 사건이 앞으로의 삶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라는 것, 어떤 경험 이후에 과거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는 것. 그것까지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하는건,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어떤 삶을 살것인가는 개인의 범주안에 들어있지만, 개인은 결코 개인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주지했을 때, 다소 억지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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