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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더, 많은 숫자의 지배 - 숫자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똑똑하게 사는 법
미카엘 달렌.헬게 토르비에른센 지음,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024년 2월
평점 :
잠시 덮어둔 책 표지를 보고 남편이 “숫자만큼 정확한 게 없지!”라고 말했다. 맞다. 숫자는 정확하다. 구체적이고, 정밀하고, 명료하다. 하지만 숫자가 표현하고 있는 이 세계는 정직하지도, 통제 가능하지도, 중립적이지도 않다. 회색으로 가득한 이 세계를 숫자는 어떻게 그토록 명료한 세계로 바꾸는 것일까.
이 책은 숫자가 우리 사회를 명료한 수의 언어로 번역하는 사이, 삭제되거나 축소-과장된 무엇에 대해 말한다. 우리의 세계를 뒤덮은 숫자는 우리의 일상과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문화를 계산기 안으로 밀어 넣는다. 이 세계가 너무 복잡해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건 우리 인간이지만, 그 사이 우리 삶까지도 요약되고 축소되어 버렸다. 다채롭던 우리 삶이 단순하고 정확한 것으로 바뀌었고, 수로 표기되지 않은 것들은 의미를 잃고 녹아내린다. 내가 느낀 음식의 맛보다 별점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몸무게가, 얼마나 편안한지 보다 매매가가 더 큰 의미를 가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 걸까.
물론, ‘수’는 아무 잘못이 없다.
잘못은 수에 말보다 많은 정보가 있다고 ‘믿는’ 우리에게 있다. 그 어떤 수도 다른 정보를 모두 대체할 수는 없다. 다른 정보를 이용해 수를 해석하도록- 그리하야 수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애써야 하는 건 오늘의 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