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그리는 마음 시간을 걷는 이야기 5
김종민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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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어디선가 많이 봤다 싶은 그림이지요? 어린 시절 사진첩을 뒤적이다 보면 꼭 몇 장씩 끼어있게 마련인 '경주 여행'입니다. 언덕 같은 릉하며, 아주 오래된 석탑들, 박물관의 화려한 금관까지. 천 년 동안 한 나라의 도읍이었던 경주는 그야말로 곧 '신라의 역사'이며, 우리 문화의 보고입니다. 때문에 한국의 문화재!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장소들도 경주에 밀집되어 있어요. 이 그림책의 표지인 첨성대, 다보탑과 석가탑이 있는 불국사, 석굴암, 야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동굴과 월지까지 모두 경주에 있죠.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유명한 곳들이 아니어도 누군가의 집 옆에 있는 동그란 무덤, 산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돌무더기, 지금은 무너지고 없는 절터조차 화려했던 신라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오래되고, 무너지고, 묻혀 있지만 그럼에도 경주의 곳곳은 그때처럼 지금도 우리 곁에 있어요. 그게, 문득 '경주 여행'을 가야겠다! 하고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떠나기 전에, 그림책으로 경주를 먼저 만나볼까요?



 

 


이 그림책 <경주를 그리는 마음>은 경주 여행을 떠난 율이네 가족을 그리고 있어요. 경주의 랜드마크를 거의 다 방문하는데, 그림은 세밀하게 그려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불국사가 어떤 곳인지, 석굴암은 세계 문화유산으로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습니다. 석굴암 본존불을 사진으로 남길 수 없듯, 그냥 가만히 눈으로 살피고, 느껴보기를 바란 작가님의 마음이 담긴 것 같아요. (하긴, 경주의 문화유산 이야기야 키워드만 검색해도 넘치게 알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그래서인지 그림책의 텍스트는 간결하면서도 감상적입니다. 그림책의 화자인 율이 아빠는 경주의 시간들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요. 어릴 때는 본인 스스로도 이것이 왜 훌륭한지, 우리가 왜 경주에 와야 했는지 몰랐기에 율이에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역사를 공부하고, 세상을 조금 더 알게 되면서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니까요. 어쨌거나 경주는 참 아름답습니다. 경주가 견뎌 온 오랜 시간은 오늘의 무거운 마음들을 조금은 견디게 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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