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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
김휘훈 지음 / 필무렵 / 2023년 4월
평점 :
묵직한 어둠 사이로 두 개의 빛이 반짝, 빛난다. 거북의 눈동자다. 거기 있었구나, 한참을 찾았어. 나와 함께 오르자꾸나, 하는 다정한 문장 뒤로 무표정한 거북의 얼굴이 보는 이를 짓누른다. 이렇게 깊은 데 까지는 아무도 안 온다고, 그러니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거북의 말을 따라 위로 오른다. 찬란한 빛이 있는 세상,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강화 유리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거기, 거북이 나타났다. 다들 꽤나 놀란 눈치였고,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아니, 나는 너를 해치지 않아. 하지만 무표정하고도 커다란 거북은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의 눈가에 노란 리본이 눈에 띈다. 한때는 모두의 가방이나 핸드폰에 달려있기도 했던 노란 리본. 어느 순간부터 '아직도?'이기도 했고, 많은 순간 잊고 지내기도 했다. 그렇게 아홉 번째 4월 16일을 맞이하는 사이 우리는 4월 16일을 잊고 지난 364일과 하루의 4월 16일들을 보냈다. 그런 생각을 하자, 거북의 표정이 왜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아진다. 정말로 잊고 지낸 날들. 정말로 찾지 않았던 날들이 그렇게나 많았다.
문화는 개개인이 각기 책임의 경로를 다할 때만이 발생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책무를 인식하고 수행한다면, 진실은 발현될 것이다. 전체 국가의 문화는 어떤 다른 것들 위에서도 세워질 수 없다(케테 콜비츠, 1915)
반짝이는 다섯 개의 별을 올려다보며 다시, 표지로 돌아온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창 안에 우리를 찾아온 거북이 있었다. 너무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았던, 애써 봐야 겨우 찾아낼 수 있었던 거북은 일 년에 한번 찾아오는 4월 16일일까. 많은 순간 잊고 지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어김없이 어떤 날에는 너희들을 생각한다고. 아마도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4월 16일은 너희를 생각할 거라고. 그렇게 규율을 통해 실현될 수도, 종결될 수도 없는 애도를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계속 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