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줄기를 따라
정지원 지음, 강순석 감수 / 필무렵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이 보여주는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가벼운 마음으로 연다. 그러다 어느 날에는 그 가벼웠던 넘김이 묵직한 돌덩이가 되어 깊숙한 곳으로 나를 침잠시킨다.



이 그림책 <물줄기를 따라>는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깨진 바위 앞에서 "멋지다"고 생각한 주인공 앞에 알 수 없는 소녀가 나타나 주인공을 이끈다. 소녀가 보여주는 것은 사라진 녹나무숲, 무너진 바위, 깎여나간 땅, 떠나는 원앙이다. 원래는 이렇지 않았다고, 뭔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소녀의 표정이 비장하다. 그제야 우리는 이 이야기의 끝이 '강정마을'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오늘의 '강정마을'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동안은 자주 뉴스에 등장했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으니 자연스레 관심이 옮겨지고, 마침내는 잊혀진다. 그렇게 잊혀진 사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을 것을 생각하니 아득하다. 그런 일이 과연 '강정마을' 뿐일까. 소녀를 따라가며 만났던 많은 장면들은, 말이 없어 외려 많은 것들을 말하게 한다. 기억하고, 행동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우리가 좀 더 부지런해져야하는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