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전우치라면?

변신도사 전우치 나가신다! - 전우치전 ㅣ 처음부터 제대로 우리 고전 2
김은중 지음, 왕지성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0년 3월

"엄마, 전우치 알아?"

그럼- 알지!라고 답은 했는데, 설명하려니 헷갈립니다. 도술을 부려 변신할 수 있었다는 건 분명한데, 어떻게 변신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하여 무엇으로 변신해 무엇을 하려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거든요. "전우치가 뭘 했더라..."를 우물쭈물하다가 우리 같이 읽어보자!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같이 읽은 이 책은 키위북스의 '처음부터 제대로-우리 고전' 시리즈예요. 일전에 '홍길동'을 이 시리즈로 만났는데, 완역본과 비교하며 읽어도 내용에 큰 이질감이나 탈락이 없다고 느껴질 만큼 좋았거든요. (게다가 전우치는 은근히 홍길동과 비슷한 면도 있어서 두 인물을 두고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요게 두 번째 우리 고전이거든요)

우연히 구미호의 혼 구슬을 먹고 도술을 부릴 수 있게 된 전우치는 변신을 식은 죽 먹기 하듯 합니다. 동물의 말을 알아듣고, 구름과 바람을 움직이며, 귀신과 도깨비도 부리지요. 동물로 변신하는 것은 물론, 자기복제도 할 수 있고, 하늘의 신선으로 변하는가 하면 때로는 연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애니메이션적 상상력의 총체죠. 너무나도 다양한 방식으로 변신하는 그가 신기한데, 변신의 이유를 들어보면 더 기가 막힙니다. 단순히 자기 모습을 바꾼다기보다는 상대의 허를 찔러 결국 항복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또, 이 능력을 활용하여 서민인 우리가 쉽게 혼내주기 어려운 정치 관료를 혼내주니 어떤 부분에서는 속이 시원하기도 합니다. 아마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전우치가 오래 사랑받았던 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