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지 못했을까?
와쿠다 미카 지음, 오현숙 옮김 / 길벗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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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는 거의 안 읽는 편이지만, 육아서는 가끔 먼저 찾아 읽게 된다. 내 고민에 대해서는 '조금 돌아가면 어때, 그 안에서도 분명 얻는 게 있을 거야.'하고 너그러워지는 부분도 아이에 대해서만큼은 왠지 모르게 불안하거나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이의 어제가 오늘과 완연하게 다르다고 느껴질 만큼 아이의 성장이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아이의 오늘은 나의 오늘과 그 가치가 같다고 느껴지지 않게 되고, 아이의 시간이 빨리 흐르는 만큼이나 뭔가 더 해줘야 할 것 같은, 혹은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우리 집 꼬맹이는 여섯 살. 이제 보름 뒤면 '예비 초등'이라는 일곱 살이 된다. 일곱 살을 앞두니 주위에서 "채니는 요즘 어떤 거 해?", "내년엔 어떻게 할 거야?", "학원은 어디 안 보내고?" 하는 말들을 심심찮게 듣게 된다. 내년에도 학습 관련한 계획이 전혀 없는 나는 '그냥 올해처럼 지내는 거지, 뭐'하고 말지만, 그들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는 쉽게 내게 전염되어 '뭔가 해야 하는 건가?'하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된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특별한 계획도 없으면서 아이는 다그치는 상태'가 되었다. 자주 잔소리를 늘어놓게 되고, 이유 없는 화가 치밀기도 했는데- 그 원인이 모두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면서,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왜 나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지 못했을까?

'아이가 말을 안들어요'가 아니라,

'엄마가 내 말을 안 들어줘요'는 아닐까?


칭찬을 하든, 꾸짖든- 중요한 것은 '훈육'이고, 억지로 바꾸려고 한다고 해서 아이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지난 5년간의 육아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자꾸만 꾸짖는 목소리가 입 밖으로 먼저 튀어나왔다. 인정하고, 가르치고, 전달하고, 생각하게 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시키겠다고 머리로는 다짐해도, 실천은 잘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잘 안됐다. 요즘 아이의 서사는 캐릭터 하나로 시작해 끝도 없이 공상의 세계로 빠졌다가 30여 분을 무중력의 상태로 헤매고 나서야 맺어지기 마련인데, 그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이야기의 짜임새가 탄탄할 리 없으니, 자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등장하거나 갑자기 사건이 종결되고 다른 상황으로 점프하기도 하고=_=) 그럼에도, 들어줘야지. 암요 암요. 책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이가 흡족한 얼굴로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이야기를 들어주라고. 그런 경험들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줄 테고, 부모와 신뢰가 쌓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모두 맞는 말이라 굳이 줄을 그을 것도 없었다. 괜히 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한 번 더 들여다보며, 오늘은 너의 티니핑 세계관을 꼭 집중해서 들어줄게!하고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이 다짐은 눈녹듯 사라지고 없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경청'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정말이지 의식적으로라도 노력해 봐야겠다고는 생각한다. 눈 녹듯 사라지고 없으면, 내일 다시 결심할게. (아이뿐만 아니라- 남편에게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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