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X다 - 부디 당신은 O를 골라요
김별로 지음 / 포르체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제목은 <인생, X다>, 저자는 '김별로'다. 그게 본명일 리 없을 테니, 이 책을 쓰는 동안 그는 스스로를 별로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제목에 적힌 X에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대입해 보기도 했는데- 부제로 '부디 당신은 O를 골라요'를 쓴 걸 보니, X는 그냥 X였던 것 같다. 그는 왜 자기 인생을 X라고, 스스로를 별로라고 생각했을까. ...라고 썼지만 사실 내 인생도 O와 X 사이에서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선뜻 O쪽으로 손이 가지 않는다. 그건 내 인생이 X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그런 거 아닐까,라고도 잠시 생각한다. 그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인생에서의 O는 아주 잠깐 왔다가 사라질 뿐, O가 지속되는 인생이란 없는 거 아닐까, 하고.



그럼에도 자기 인생을 X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O쪽으로 손이 선뜻 나가지 않았던 만큼이나 X를 선택하기도 힘들다. 그건 모두가 자기 삶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일 테다. X를 선택하는 순간, 이제까지 살아온 날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을까 봐. 그 순간 스스로 자기 삶을 포기하게 될까 봐. ... 그렇게 우리는 O와 X 사이, 그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인생을 X라고 썼다. 문장이 짧아서 그런지, 비장하게도 느껴졌다. 그가 자기 삶을 X라 하게 된 데는 림프종이라는 암이 있었다. 림프종, 림프종... 병명을 계속 되뇌었다. 누가 그 병에 걸렸다고 들은 것 같은데, 누구였더라... 생각했었는데, 허지웅이라는 것을 한참 읽다가 알았다. 병명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그게 얼마나 아픈지, 어디가 아픈 건지는 알지 못했다. 척수 검사, 무균실, 항암치료 같은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르는 단어들이 둥둥 떠다녔다. 맞다. 이 책은 일종의 항암 에세이다. 하지만 어떤 고통과 슬픔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 싸워 결국 이겨내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좌절했고, 힘들어했으며, 항암치료를 받기 전에 한참 동안이나 전국 각지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보기도 했다. 림프종에 좋은 것들이라면 뭐든 챙겨 먹었고, 안 하던 운동도 했다. (항암에 도움이 된다며 일본으로 온천여행을 떠나기도 했더랬다. 이 에피소드는 이 책에서 가장 따뜻하면서도 마음이 가는 것이었다) 물론,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다. 스스로 암환자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도 했을 즈음에는 연애도 했다. ... 결국은 환자였고, 혼자였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의 지난날과 함께 숱한 X를 그렸다. 처음에는 그에게 남은 날들이라던 2년을 달력 위에 그렸고, 나중에는 병원에 입원하는 날을, 밥을 먹은 날과 먹지 않은 날을, 항암치료를 받은 날과 앞으로 더 받아야 하는 날을, 무균실에 있어야 하는 날을 X로 표시해나갔다. 그렇게 X가 계속 쌓였다. XXXXXX. ... X를 계속 쌓다 보니 그건 왜 X 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애초에 X가 아니라 별이나 하트 같은 거였다면 어땠을까? 그러다 문득 뭔가를 깨닫게 되었다. X와 X 사이에 만들어지는 다이아몬드. X의 인생에서도 뭔가 반짝이는 게 있었다. 그리고 그걸 반복하다가, 또 하나를 더 깨닫게 되었다. O와 O 사이에도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것. 그렇다면 인생이 O든, X든 결국 다이아몬드를 만들어가는 과정 아닌가. 다이아몬드도 원석은 보잘것없다던데, 과정이야 어쨌든 그렇게 인생을 다듬어 자기만의 반짝임을 찾아내야 하는 건가 보다.



그러니 치얼스!


가끔 O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X인 우리 삶을 위하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