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법 빗자루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 지음, 용희진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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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로 시작되는 할머니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마법과 마녀, 유령이 등장했다. 꼬맹이였던 나는 '으으으'하고 무서운 체를 하면서 할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야기 속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다. 때로 '에이, 거짓말'하고 할머니를 올려다봐도, 할머니는 '아닌데, 진짜 그랬어. 지금은 아니고, 아주 옛날 옛날에'라며 뻔뻔한 연기를 했다. 그러면 금세 또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옛날 옛날에 일어난 어떤 이야기에는 그런 힘이 있었다.

이 그림책 <어느 날, 마법 빗자루가>는 그림책의 고전 작가라 해도 좋을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작품이다. (서지정보를 보니 1992년 작품인 것 같은데, 최근에 키위북스에서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영문 제목은 The Widow's Broom) <쥬만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마법사 압둘 가사지의 정원> 등으로 익히 알려진 그의 새로운(?) 작품은 그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환상과 마법에 기반한다.

마법 빗자루가 언제까지고 하늘을 날 수 있을까요?
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 영원할 것 같던 빗자루도 하루하루 낡아갈 테고, 아무리 좋은 마법 빗자루라도 언젠가는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될 거라는 상상은 마녀의 소지품에 불과했던 '빗자루'에 주목하게 한다.

마녀는 떠났지만, 여전히 불시착한 상태의 빗자루. 마녀를 태우고 날 수 있을 정도의 힘은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법 빗자루'라 신비한 능력은 남아있었는데! 스스로 벌떡 일어나 집안을 깨끗하게 쓴다거나, 한 번만 말해줘도 척척 알아듣고 여러 가지 일을 해낸다거나(장작을 패고, 물을 긷고, 닭에게 모이 주는 빗자루라니!) 심지어는 피아노까지 연주했더랬다.


이 신비한 빗자루 이야기가 마을에 퍼지자 사람들은 '믿지 않았고', 빗자루를 보고서는 '경악'하거나 '감탄'했고, 종국에는 빗자루를 '악마'라 칭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빗자루를 망가트리거나, 없애려는 시도들이 생겨나게 되는데- 아이들이 빗자루를 괴롭히고, 강아지까지 빗자루를 물어뜯어도 쉬이 망가지지 않자 나중에는 마을 어른들까지 나서서 빗자루를 없애버리려고 한 것이다. (아니, 이게 이럴 일인가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이해되기도 하고)

그러나 결국은, 모든 이야기들이 그러하듯이 빗자루를 없애려던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게 되고, 빗자루의 주인이 된 아주머니와 빗자루는 그 자리에 평온하게 남을 수 있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는 그림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를 :) 다만, 여기까지 읽은 그대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 사람들은 왜 빗자루를 없애려고 했을까?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처음 보는 물건.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펼쳐졌을 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빗자루가 한 일이라고는 길을 쓸고, 닭에게 모이를 주고, 장작을 패는 정도의 일이었는데 (빗자루가 사람들을 해친 것도 아닌데) 왜 사람들은 빗자루를 부정하게 되었을까. 어쩌면 그렇게 신비한 물건을 가진 아주머니에 대한 시기심은 아니었을까.

- 마을 사람들과 빗자루 사이에서, 아주머니는 왜 (사람들이 아닌) 빗자루를 선택했을까. 아주머니에게 동네 사람들은 어떤 존재였을까. 빗자루가 아무리 신기한 능력을 가졌다 한들, (더 이상 날 수 없듯이) 언젠가는 지금 가진 능력도 사라져 그저 하나의 빗자루로 남을 텐데, 그럼에도 그것은 삶을 나눠왔던 이웃들보다 더 가치로울까. (지금 당장 좀 더 믿을만한 물건과 당장은 나를 뒤흔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어쨌거나 아주머니는 빗자루를 선택했고, 빗자루는 그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피아노를 연주했다. 한 번에 건반 하나만 치는 아주 간단한 곡이었지만, 타닥타닥 타오르는 벽난로 속 장작과 어우러져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을 테다. 그 장면이 너무 평온해 보여서 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아주머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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