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마르게리트 꽃잎 동물 공화국 1
자비에 도리슨 지음, 펠릭스 들렙 그림, 김미선 옮김 / 산하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 동지들, 우리들의 삶의 본질은 무엇이겠소? 우리 그것을 직시합시다. 우리의 삶은 비참하고, 고되고, 짧소. 우리는 태어나, 단지 우리 몸에 숨이 붙어 있을 만큼의 음식이 주어졌고, 우리 중 그것을 할 수 있는 이들은 마지막 한 톨의 힘까지 일하도록 강제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유용성이 다한 바로 그 순간 끝이 찾아오고 우리는 끔찍한 잔학행위로 도살당하는 것이오. (조지 오웰, 동물농장, 이정서 역, 새움, 13쪽 중에서)



20세기에 발표된 가장 중요한 소설 중 하나이자, 세기의 금서이기도 했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장원 농장에 소속되어 있었던 동물들은 그들 삶을 억누르는 모든 패악이 인간들의 폭압에서 비롯되는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해서, 인간들을 제거하기로 한다. 인간만 제거하면 노동의 모든 생산품은 그들 자신의 것이 될 테고, 금세 부자가 되고 자유로워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혁명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억압 속에 살아가야 했다. 이번에는 그들이 '선택한' 억압이었다. 그래도 이건 우리가 선택했으니, 이전에 받던 억압보다야 좀 나은 것 아닌가, 싶다가도 혁명 전과 다를 것 하나 없는 생활에 동물들은 어리둥절해하고, 당황하고, 이전보다 훨씬 더 무력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 <동물 공화국: 흩날리는 마르게리트 꽃잎>은 <동물농장>을 오마주한 그래픽 노블이다. 인물 설정에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동물이 주인인 동물들만의 사회이며, <동물농장>이 그랬듯이 분명한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나뉜다. 이들의 우두머리는 수소인 실비오.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공화제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아주 오래전에는 진짜 공화국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들은 아주 폭력적인 방식으로 동물들을 다스린다.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공포'를 이용했고, 공포를 퍼트리기 위해 무고한 동물들을 잡아들여 잔인하게 학살했다. 무엇인가 분명히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감히 그들에게 부당함을 이야기할 수 없도록 공포의 크기를 날로 키워나갔다.



그 라이터 갖고 싶다 했나? ... 라이터를 손에 넣는 방법은 몇 가지 있지. 나한테서 훔치든가. 사든가, 달라고 사정하든가. 아니면 내 친구가 되든가 말이야. 뭐가 좋겠나? ... 어떤 경우에라도 이건 자네 것이 되겠지만 말이야. 도둑질, 구매, 자선, 선물은 달라. 그래도 똑같은 라이터라고 할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53쪽)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는 그것에 맞서기로 한다. 똑바로 쳐다보았고, 눈빛을 나누었고, 맞잡은 손아귀 안에서 함께의 힘을 느꼈고, 행동하기로 했다. 단번에 실비오가 구축해놓은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기 어렵겠지만, 그것에 작은 돌이라도 던져보기로 한다. 심지어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비폭력 저항! (지배계층의 물리적인 힘이 너무 세서 애초에 그들이 폭력적인 방법으로는 저항할 수 없기도 했다만) 거위 마르게리트가 처형당한 장소에 마르게리트 꽃 한 송이를 그려두는 것이었다. 이후에 '마르게리트' 꽃은 저항의 상징이자, 무고한 존재들의 희생을 의미했다.



그렇게 예술은 또 한 번- 무기가 되었다. 떠돌이 어릿광대 쥐 아젤라르의 무대처럼, 무고한 존재를 해방시키고 자유와 복지를 돌려달라는 봉기의 목소리처럼 마르게리트는 이곳, 저곳에서 피어났다. 그렇게 피어난 꽃은 억압하고 금지시킨다고 쉬이 저물지 않았다. 흩날리는 나뭇잎 속 마르게리트에도 실비오와 지배계층들은 흔들렸고, 보는 이들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직은 거기까지. 이제 막 흩날리기 시작한 마르게리트 꽃잎은 동물 공화국을 뒤흔든 사건임에 분명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자유를 되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동물들도 행동하게 될 것이다. 마르게리트 꽃잎은 모두의 마음속에 굳어있던 자유의지를 깨웠을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