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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 유발 하라리부터 조던 피터슨까지 이 시대 대표 지성 134인과의 가장 지적인 대화
비카스 샤 지음, 임경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8월
평점 :
'위키피디아'에 처음 접속했을 때, 나는 그들의 의도에 찬탄하면서도 이 플랫폼이 잘 운영될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전 세계의 지성을 한곳에 모아보자는 상상은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후반까지 계속되던 것이었으나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지식을 구성하고, 나누고, 수정하게 함으로써 이용자 모두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지만, 반대로 정보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데도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키피디아'의 등장은 우리로 하여금 '집단지성'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우리는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똑똑하다.'는 집단지성의 명제는 생각에 생각을 모으는 과정이 한 개체의 능력 범위를 넘어선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후 TED, youtube, 대학의 공개강의, 지식인들의 블로그 등을 통해서 오랜 시간 연구실 안에서만 논의되던 것들이 세상 밖으로 쏟아졌다. 사람들은 이에 관심을 보였고, 환호하기도 했지만- 갑작스럽게 쏟아져내리는 지식과 정보에 갈길을 잃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는 '좁고 깊은'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은 만들 수 있지만, 어떻게 하면 그 로봇이 인간 사회에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교실안에서 일어나는 웬만한 상황에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기후 이상이라든지, 세계 경제 흐름에 대해서는 깜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듯, 모두가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세계를 구성하는 데 있어 아주 좁은 부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나머지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시대와 사회는, 결국 오늘을 사는 우리의 '생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것은 우리의 생각에서 발생하며, 따라서 우리의 생각이 이 생각을 만든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우리의 생각은 아주 좁은 데서 그치고야 만다. 그러니 위키디피아가 시도했던 것처럼- 보다 다양한 맥락을 짚어줄 넓은 세계가 필요하다. 가급적이면 더 정확하고, 안전하고, 믿을만한 무엇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은 저자인 비카스 샤의 블로그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는 세계적 지성들의 생각을 집대성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시대 대표 지성들과 인터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것을 정체성, 문화, 리더십, 기업가정신, 차별, 갈등, 민주주의라는 여섯 개 테마로 묶고 각각 예닐곱 개의 소제목을 구성해 인터뷰를 재배치했다. 덕분에 우리는 세계의 지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커다란 테마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각자 다른 분야의 전문가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여기'의 세계이므로 결국 유발 하라리의 질문에 한스 짐머가 답했다고 해도 무관할 것이다. 이러한 구성은 읽는 우리로 하여금 사고와 영감을 일깨워 더 깊은 차원을 경험하게 한다.
모든 물질적 개체의 속성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오직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통해서만 정의됩니다. 이 관점에 보면 인간 역시 거대한 상호작용의 관계에 있는 하나의 조각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현실 세계는 각기 뚜렷한 속성을 지닌 개별적 주체가 모인 집합체가 아니라, 그 개별적 주체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정보들이 공유되는 네트워크로 이루어졌습니다. (카를로 로벨리: 본문 중에서, 55쪽)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대단한 만남들이 그저 '전화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는 것.
그 단순하고 명료한 저자의 대답이 오늘의 나에게 커다란 느낌표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