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의 아파트 7층 자택에서 주목받는 작가 플로라 콘웨이가 세 살짜리 딸 캐리를 잃어버렸다. 분명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는데, 술래가 된 플로라는 집 안을 샅샅이 뒤져도 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출입문과 창문에도 사람이 드나든 흔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캐리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고, 언론은 사라진 캐리의 행방과 남겨진 플로라의 행보에 주목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여전히 캐리는 없었고, 플로라는 술래였다.
생각 끝에, 플로라는 스스로를 '집 안에 유폐 중인 포로'가 아닐까, 하고 의심하게 된다. 몇 달째 아파트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그녀는 다음 문장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어느 때의 자기 모습과 꼭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 의도적으로 그녀를 집 안에 가두고 왜곡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통제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 실체를 찾아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소설가.
그는 소설가였다. 플로라는 스스로가 어느 작가가 쓴 소설의 등장인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까지 그녀의 삶이 소설가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그녀가 뭔가를 보여줄 차례였다. 그렇게 그녀는 소설 밖 세상을 만났다. 동굴에 오래도록 갇혀 있었던 탓에 동굴 벽에 그려지는 그림자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그녀가 동굴 밖으로 나와 빛을 마주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소설 <인생은 소설이다>는 의도적으로 현실과 가상세계를 뒤섞었다. 현실의 작가는 가상세계의 작가를 만들어내고, 가상세계의 작가는 또 하나의 가상세계와 인물들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가상세계의 작가가 불쑥, 현실의 작가 앞에 나타났다. '어떻게 내 삶을 이렇게까지 망칠 수 있는 거냐고' 되묻는다. 모든 것이 그의 손끝에서 태어났다고 믿었던 현실 세계의 작가는 가상세계의 생명성에 몸을 뒤로 물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