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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1 ㅣ 대한민국 스토리DNA 27
김진명 지음 / 새움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을 보고 왔다. 코로나로 한산한 극장가였지만,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강철비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남한과 북한의 공동체적인 운명, 통일문제, 또 핵문제를 다룬다. 전작이 남한과 북한 사이의 관계를 보다 직접적으로 다루었다면, 속편은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의 5개국의 이권이 어지럽게 얽힌다. 생각지도 못한 장면들에서 '국뽕'에 가득 차 극장을 나설 때, 오래된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생각났다. 무려 30여 년 전에 출간된 이 소설이 여전히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이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오래된 교통사고에 물음표를 띄우면서 시작된다. 1978년 어느 날, 어느 밤- 북악 스카이웨이. 여러 명이 때려죽였는데 교통사고로 가볍게 처리된 어떤 사건. 소설의 주인공인 반도일보 기자 권순범은 오랜 동료인 개코 형사와 함께 이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그날 사고를 당한 사람은 (아인슈타인과 비견되는) 천재 과학자 이영후(재미 물리학자 이휘소 박사가 실제 모델이다). 한반도를 지켜내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핵을 만들어달라는 박정희의 간곡한 부탁에 그는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마도, 성공했을 것이다. (소설의 내용을 전부 사실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은 1976년 10월 한국 원자력 기술 공사와 11월 한국 핵연료 개발 공단을 세워 핵연료의 국산화 및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 기술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핵 개발 성공을 목전에 두고 그는 의문사를 당했고, 박정희마저 김재규의 손에 유명을 달리한다. 두 사람의 연이은 죽음과 이어서 청와대를 휩쓴 신군부세력은 그들의 오랜 소망이자 숙제였던 '핵기술 국산화'를 저 깊은 어둠 속으로 묻어버리기에 이른다.
사실 잘 모르겠다. 몇몇 인사들의 조각 진술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당시 한국의 '핵기술 국산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어느 단계에까지 왔던지를 알 수 있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소설에 나오는 대로 핵심 사안은 박정희와 이휘소 박사 둘만의 것이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어느 기록에 따르면 대통령 서재 뒤, 금고에 있던 핵무기 관련 보안 문서는 대통령 피습 이후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독립 이후- 여전히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서 당당하지 못했던 한반도가 스스로 일어설 힘을 쌓으려고 했던 것만은 또렷한 감각으로 남는다.
소설은 묻는다. 우리는 한국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왔던 것일까?
철들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오직 자신의 이기적 목표에만 열중해왔지, 언제 한 번 올바른 국가관을 가지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현대가 국가관을 가지기 힘든 시대라고는 하지만, 같은 동포가 남북으로 갈라져 강대국의 입김에 정신을 못 차리는데도 자신은 진정으로 민족과 국가라는 문제를 생각해본 적은 없지 않은가? (1권 본문 중에서, 355쪽) 그리고 이 질문의 끝에, 영화 <강철비2>의 한 장면이 오버랩된다. "국민 여러분. 통일, 하실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