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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김남규 감수 / 흐름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음식으로 병을 고친다? 현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달한 요즘 같은 때에 대체의학 같은 것에만 의존해서 되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로 많은 사람들이 음식으로 병을 고쳤다고 증언하고 있다. (가끔 채널을 돌리다가 '나는 자연인이다'같은 프로그램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한참을 보게 된다) 항암제가 완제품이라면, 음식은 내가 조립해야 될 부품 같은 것. 퍼즐을 맞추듯이 음식을 잘 알고 끼워 맞추면 (그 어떤 약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완제품이 될 수도 있다. 이 책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은 '밥이 보약이다'라는 커다란 명제 아래- 음식이 왜 중요하며,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굉장히 '의학적인 방식'으로 설명한다.
책은 건강을 '태어나는 순간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전력을 다해서 몸을 보호하는 놀라운 방어 체계 속에서 우리 몸의 세포와 기관들이 순조롭게 기능하는 활성 상태(본문 중에서, 24쪽)'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의 건강 방어 체계는 몸에 태생적으로 갖추어져 있으며, 그중 일부는 대단히 강력해서 심지어 암 같은 질병까지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건강 방어 체계란 무엇인가? 저자는 건강을 지탱하는 5가지 핵심 방어 체계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혈관신생(혈관이 형성되는 과정), 재생(줄기세포), 마이크로바이옴(박테리아), DNA 보호, 면역이다. 책은 150여 페이지를 할애해 이 5가지 핵심 방어 체계에 대해서 꼼꼼하게 소개한다. (친절하고 다정한 주치의와 면담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다음 장들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먹으면 좋은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나간다.
이 책의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을 먹어야 해!'가 아니라 '이런 이런 음식들이 몸에 좋은데, 그중에서 네가 좋아하는 건 뭐야?'하고 묻고 있다는 것이었다. 영양사가 세심하게 짜둔, 하지만 나는 결코 실천할 수 없는 종합 식단이 아니라- 각각의 식재료들을 살피고, 그중 내가 좋아하는 것 몇 가지만 충실하게 먹어도 건강을 지켜낼 수 있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해주어서 좋았다. 그런 점에서, 요리에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도 5x5x5 플랜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는 5가지 건강 방어 체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 중 각자 좋아하는 것을 식사나 간식으로 최소 5가지씩 매일 최대 5번씩 섭취하는 전략이다. (리스트에서 커피를 만날 때마다 어찌나 신나던지!) 각자 좋아하고 즐기는 음식이 기본이 되기 때문에 개별 맞춤형이다. 이 전략은 엄격한 기준이 있는 것을 좋아하는 다이어트 마니아에게도 유용할 테지만, 나처럼 삼시세끼를 제때 챙겨 먹는 것조차 잘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했다. (꼭 식사로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기에) 실천하기 위해 힘들게 애쓸 필요가 거의 없이-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라는 것을 아는 것 정도로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치료의 패러다임은 치료 중심이 아니라 예방 중심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개인의 생활 습관, 혹은 생활 양식이 더욱더 중요한 것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먹는 것은 인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단순한 역할에서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 적극적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신적인 부분에까지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바른 먹거리를 제대로 알고, 맛있게 먹는 것. 완성된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식재료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 매 순간 의식하기는 어려워도, 문득문득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는 순간에 이 책을 펼쳐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