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 편 -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편의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품목이 없다지만, 지식'도 편의점에서 살 수 있을까? 갸우뚱, 하는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 저자는 서문에서부터 꽤나 자신 있는 목소리로 '이 책은 모든 지식으로부터의 출발지나 다름없다'라고 쓰고 있다. 아니, 자기 책을 소개하면서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다니! 그 자신감과 당당한 태도에 눈길이 갔다. (사실 너무 당당해서 의심스러웠다고 해야 맞겠다) 하지만 50페이지쯤 읽었을 때, 그 당당한 자신감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았다. 그 태도를 수긍하게 되었고, 그러자 이 편의점은 마치 마법처럼 내게 '지식 편의점'을 펼쳐 보였다.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책들은 실로 넓고, 깊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던, 하지만 막상 읽으려니 엄두가 안 났던 책들을 거침없이 소개해 나간다. 그중에는 두꺼운 볼륨만으로 독자를 압도시키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도 있고, 언젠가 제대로 읽어봐야지 했던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같은 책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압도적인 서사로 우리에게 질문을 잔뜩 남기는 조지 오웰의 <1984>나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도 포함되어 있었다. 모두 18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중 반쯤은 읽었고 반쯤은 읽지 않은 책이라 내게 더욱 흥미로웠다. (책을 소개하는 책을 읽을 때는, 내가 읽은 책을 저자가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가를 먼저 살핀다. 나와 비슷한 시선이거나, 나와는 다른 시선이지만 내게 강렬한 인사이트를 주는 글이라면 나머지 글도 유심히 읽지만- 나와 다른 시선이면서 어떤 인사이트도 주지 못하면 책을 덮고 만다)

저자의 시선은 날카로웠다. 그 날카로운 시선을 둥글둥글한 필터를 덧씌워 내놓은 글들은 유려했다. 다양한 지식을 전달하지만 그 지식들을 관통하는 거시적인 흐름을 꿰뚫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재미와 인사이트를 전한다. 책을 읽으면서, 심리학자 제놈 브루너가 했던 두 가지 앎의 방식이 저자에게 완전히 체화되었구나- 생각했다. 그는 지식을 이해하고 다루는 법으로서의 앎과 스토리를 이해하고, 지어내고, 들려줄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앎을 제시했었는데- 그 두 개의 톱니바퀴가 완벽하게 맞아들어가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야- 읽는 내내 즐거웠다. 읽었던 책은 한 번 더 훑는 느낌이라 좋았고, 읽지 않은 책들은 어떤 책부터 읽어나가면 좋을지 팁을 얻은 것 같아서 좋았다. 무엇보다, 저자가 지식을 다루는 역량에 끊임없이 탐복할 수 있었던 점이 제일 좋았다. 이런 책이라면, 시리즈를 손꼽아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겠다. 그가 소개한-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을 읽어나가며, 다음 여정에서 만날 <지식 편의점>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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