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러시아 고전산책 5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김영란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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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Faust. 그는 악마 메피스토와 계약을 맺었던 전설 속의 인물이다. 박식한 학자였던 파우스트는 그가 이미 가진 지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영혼을 걸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금지되 지식을 탐한다. 악마 메피스토는 계약기간 동안 흑마술로서 파우스트의 욕심을 충족시켜 주지만, 계약 기간이 끝난 후 파우스트의 영혼은 메피스토의 소유가 되고 영원히 저주받게 된다. 욕망의 극한까지 간 파우스트는 무엇을 얻었을까. 그것은 구원일까, 저주일까.

이 책 <파우스트>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야기 속 누군가는 '파우스트'로 감정의 격동을 깨우려고 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태어나 처음 느낀 강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내려가 버렸다. 책에는 모두 세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들은 묘하게 닮아있다. 그것은 남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게 된 여자 주인공들의 특성이다. 소설에 등장한 여인들은 어딘가 신비롭고, 무표정하다. 뿐만 아니라, 영리하고 진실하며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한번 보면 잊히지 않을 만큼 아름답기도 하고) 이 기묘함은 이야기를 이끄는 강한 모티브가 된다.

남자 주인공들은 그녀들을 욕망한다. 여행 중 우연히 보았던 그녀를, 친구의 아내가 된 그녀를, 지주의 딸인 그녀를. 마치 세이렌의 노래처럼 그녀들은 주인공들을 움직이게 한다. 하지만 이것은 평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세상 그 어떤 사랑 이야기가 평범하겠냐마는). 그들은 그녀들을 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까 작가 투르게네프는 '파우스트'의 마지막을 보면서 그것은 저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독약처럼 혈관을 뛰어다니는 정서적 격동이 누군가에게는 창조적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억누르는 사람에게는 무서운 폭풍우가 되어 그를 집어삼키기 마련이니까.

 

나는 어린애도 아니고 그렇다고 청년도 아니야. 남을 속이기란 거의 불가능하고, 수월하게 자신을 기만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지. 나는 모든 것을 자각하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네. 내가 이미 마흔에 가까웠다는 것도, 그녀가 다른 사람의 아내이고 또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어. 그리고 나를 사로잡는 이 불행한 감정에는 남모르는 마음의 가책과 활력의 낭비 외에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다는 것도 난 잘 알고 있네. 이런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원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더군.

'파우스트' 중에서, 130쪽

그들은 상자를 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욕망은 상자를 열게 했고, 한번 열린 상자는 다시 닫히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더없이 솔직했던 그 순간을 그들은 어떻게 회고할까. '참았어야 하는데...'일까?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 바꿀 만큼 가치 있던 순간이라 생각했을까? ...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메피스토가 실존하는 악마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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