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결! 한글 쓰기 1~2 세트 - 전2권 ㅣ 해결! 쓰기
이도 한글학습 연구회 지음, 민병권 그림 / 해결책 / 2020년 3월
평점 :
51개월이 된 아이는 지난해 은근슬쩍 한글을 뗐다. 아이가 막힘없이 한글을 술술 읽는 것을 보고 나니, 이제 뭘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는 생각이 확, 들었더랬다) 한글을 읽을 수 있다고 세상의 모든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약관, 판결문 등 분명 한글이지만 읽히지 않았던 경험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한글보다 중요한 것은 독해력! 한글을 뗐다는 것은 '말'뿐만 아니라 '글'로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니, '한글을 일찍 뗐다'라는 점을 어떻게든 활용(?) 해주고 싶었다.
해서, 두 달여 전부터 매일 하던 '아무 단어 3개 써보기'. 종합장을 두 번 크게 접어, 생각나는 아무 단어나 써본다. 오늘 읽었던 그림책의 재미있는 단어일 때도 있었고, 어휘 워크북 아무 페이지를 펼쳐 눈에 띄는 단어를 써볼 때도 있었다. (많은 경우, 엄마(아빠, 친구 이름) 사랑해를 쓰겠다고 했다) 엄마의 목적은 오로지 '쓰기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 글로 기록하고, 글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은 말과는 또 다른 힘을 지니기에 그 맛(?)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서점 나들이에서 이 책을 만났다.
바르고 예쁜 글씨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해결! 한글 쓰기>는 반짝반짝 보석 같은 텍스트로 아이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꼭 네모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아무렇게나 쓸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는데- 이 책을 해보겠다고 했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뭐!
책은 받침 없는 글자로 1권, 받침 있는 글자로 1권- 모두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로 모임 글자, 세로 모임 글자라는 말은 들어본 적 없었는데 한글의 짜임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쓰기'가 중점인 워크북이지만 내내 쓰기만 하지 않고 미로 찾기를 통해 글자 구분하는 연습을 했던 것도 아이의 흥미를 지속시키기에 좋았다. 또 제시된 단어를 따라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보는 글자나 받아쓰기 부분도 있어- '아무 단어 3개 써보기'를 하던 나의 쓰기 교육 맥락과도 맞아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글꼴! 이제까지 보았던 쓰기 책에서는 명조체를 주로 사용했는데, 이 책은 고운한글돋움체를 사용하고 있었다. 명조체나 궁서체가 정자체라고 인식되어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한자문화권의 영향 아래 있었기에 '붓글씨'를 쓰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네모틀에 맞게 디자인되어 자연스러운 손글씨 학습에 적합하지 않은 고딕체(돋움체) 대신 고운한글돋움체를 적용했다는 데서 무릎을 탁 쳤다. 연필로 또박또박 쓴 손글씨 정체의 특징을 반영한 이 서체는 꺾어 쓰지 않았고, 흔히 보던 명조체와 돋움체 사이 어디쯤 되는 정갈함과 단정함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두 권을 모두 연습했을 때, 과연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올까? 아이의 성장이 기대되는 어느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