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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샷 -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평점 :
어떤 제품이나 아이디어는 세상을 한순간에 뒤바꾼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제품이나 아이디어는 그저 노트 위에서 흩어지거나, 사무실 한구석에서 시제품인 채로 쌓인다. 분명, 세상을 바꾼 그 아이디어도 누군가의 노트 위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그런데 그 끝은 어째서 그렇게 다르단 말인가. 이 책 <룬샷>은 그 비밀을 물리학과 경영학을 통해 설명한다.
룬샷loonshot은 대부분의 과학자나 사업가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혹은 성공하더라도 돈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말한다. 다수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다 보니, 대개 무시당하고 홀대된다. 하지만 이 룬샷이 때로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시장의 판세를 뒤엎어버리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를 췌장 추출물로 치료했던 '인슐린'의 사례가 그랬고, 로켓 추진력을 미사일에 이용한 '장거리 탄도 미사일'이 그랬다. 사실 이런 사례는 숱하게 많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여전히 '룬샷'을 홀대하고, 무시하는 것일까?
책은 그것을 '상전이'의 물리학적 개념을 빌려와 설명하고 있다. 상전이란, 하나 이상의 제어 변수가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벌어지는 시스템 행동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말한다. 물의 온도가 내려가면 고체가 된다거나, 풍속이 증가하면 국지적 산불이 통제 불가의 큰 불로 바뀌는 것처럼- 어떤 '결정적 순간'을 넘어서면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책은 '기업 규모가 커지면 관심의 초점이 룬샷에서 경력으로 바뀐다'고 쓰고 있다. (이게 이 책의 핵심! 밑줄 쫙쫙!) 작은 규모의 조직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쏟아낸다. 아무래도 회사 분위기도 수평적인 경우가 많고, 때문에 작은 아이디어에도 서로 귀 기울여 듣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보다는 짜여진 체계에 맞추어 일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업무가 상대적으로 분업화되어 있을 테고, 조직 역시 관리라는 미명하에 수직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찾아내야 할 것은, 작은 규모의 조직에서 큰 규모의 조직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 그 순간의 임계점을 찾아낸다면 조직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룬샷과 그것을 이미 성공시킨 프랜차이즈의 길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여정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열정적이고 지극히 헌신적인 사람들이 필요하다. 서로 아주 다른 역량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즉 예술가와 병사가 필요하다.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그 안의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도, 팀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르지만 그럼에도 이 책 <룬샷>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책이 주장하는 내용이 꽤나 보편적인 어떤 지점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정 온도 이하에서는 '늘' 얼어붙는 물처럼, 조직은 왜 '늘' 특정 규모를 넘어서면 다른 조직이 되어버리는지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어쩌면, 내 안에서 '룬샷'이 어떻게 탄생하는가 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