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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평점 :
실로 오랜만에 이야기에 푹 빠져드는 경험이었다. 책 읽을 시간이 여의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읽기 시작한 순간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이틀 정도- 잠을 못 잤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랐다. 책을 덮으며 무엇이 이렇게까지 책에 몰입하게 했던가를 돌이켜보았다. 책은 '40년 전 코로나19를 예견한 소설'이라고 홍보 문구를 전면에 내걸었지만, 사실 우한-400은 이 소설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보다는 주인공 티나의 매력, 우연히 만나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경험을 함께 나누게 된 변호사이자 연인인 엘리엇과의 캐미, 그녀를 둘러싼 알 수 없는 힘, 정부의 음모- 그리고 나흘이라는 한정된 시간이 빠르게 뒤섞여 엄청난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딘 쿤츠라는 작가는 이 소설로 처음 알게 됐지만, 사실 서사는 꽤나 익숙한 구조였다. 읽는 동안 여러 번 김진명이 떠올랐다. 인물 설정과 배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주제의식 같은 것들이 모두 그와 비슷한 데가 있었다. 죽은 지 1년이 훨씬 지난 아이가 알 수 없는 힘을 발휘해 엄마 주변의 기온을 급격하게 떨어트리고, 메시지를 보내는 일은- 다시 생각해보아도 미스터리하지만, 그마저도 유연하게 잘 빚어내 너무 과하지 않은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서 작가의 탁월함을 느꼈다.
(띠지에 의하면) 이 책은 2020년 전 세계 역주행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독일에서도, 네덜란드, 미국, 프랑스, 스페인에서도 40년 전에 쓰인 이 책이 읽히고 있다. 물론 40년 전에 쓰인 이 책에서 콕 찍어 '우한'을 언급한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것이 놀랍다. 하지만 '우한-400'이 언급되었다고 해서 이 책이 단박에 전 세계를 휩쓸지는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코로나19로 답답한 현실을 완전히 잊게 하는 긴박한 전개와 예상외의 반전이 이 책이 지금, 전 세계에서 읽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왜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쳤던가-하는 것보다- 잠시라도 이것을 벗어나게 해줄 무언가가 더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