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류형정 지음 / 뜻밖 / 2020년 3월
평점 :
달리기에 거창한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깊이 생각하고 뛰기보다는 뛰는 것 자체를 즐기고 싶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리고 또 말한다. 달리기 좋지. '근데' 말이야... (중략) 스무 살 무렵까지 낙서를 많이 했다. 낙서 역시 지나고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내면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습관처럼 낙서하던 어느 날, '의미'가 들어간 그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 가방에 넣고 다니던 드로잉 북과 펜을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결국 의미를 두면서 별 의미가 없었던 것까지 멈춰버리게 된 것이다. ...'의미'라는 것은 하지 않으면 생기지도 않는 것을 모르고 말이다.
본문 중에서, 63쪽
최근 몇 달 동안 '하고 싶다'와 '해보자', '할 수 있을까?' 사이에서 머뭇거리던 내 모습이 책에 비쳐 보였다. 좋은 것은 있는 그대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해보려니 잘 안됐다.(해보자,라는 마음 뒤에도 넘어야 할 산이 또 있었다. 몇 개의 산을 넘어야 '시작해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내 마음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일도 아닌데 그랬다. 그건 아마도 나를 보는 나의 시선이거나, 타인이 나를 보는 시선도 아닌-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까 생각하는 나의 마음이 만들어낸 머뭇거림일 것이었다. 맞다. 지레 겁먹었다. 그게 뭐라고, 그냥 하면 되는데.
때로 그녀는 조금 무던해 보이기도 했고, 우울해 보이기도 했다. 부러운 날들도 있었지만, 위태로워 보이는 날도 분명히 있었다. 어떤 날들은 나와 완전한 평행선에 있어서 그와 내가 마주할 일이란 전혀 없겠군, 싶다가도- 어떤 날들에는 선명한 접점이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가 쌓아둔 오늘의 조각을 들춰내보며 나의 오늘을 살폈다. 모든 꽃송이가 꽃을 피워내는 것은 아니지만, 개중에 어떤 것은 너무 빨리 시들어버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꽃들은 퍽이나 예뻤음을 결론지을 수 있었다. 그런 결론을 내리며 책을 덮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가볍지 않은 마음 태우고, 굳어지지 않는 마음 아래 두고 둥-둥- 오늘을 살아내야겠다. (그러다 보면, 나만의 색깔도 만들어지겠지^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