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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진실 - 우리는 어떻게 팩트를 편집하고 소비하는가
헥터 맥도널드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이다. 중국 정부는 20,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음을 공지했고, 이 수치는 시시각각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올라가고 있다. 우한의 어느 시장에서 시작되었다지만, 우한 어딘가에 있는 화학 연구소가 바이러스의 근원지라는 소문도 있고, 우한 내에만 이미 9만여명의 감염자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확진자 수가 현저하게 적은것은 시험 키트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들려오는 소식에 불안감은 가중된다. 예민해진만큼 귀를 쫑긋 세우고 있지만, 그럼에도 어느 것이 진실인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모두 (가짜 뉴스가 아니라) '진실'일 것이다. 조금만 각도를 틀어보면 전혀 달라보이는 진실의 실체는 이렇게- 우리를 불안으로 내몬다.
불안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정보를 갈구한다. ‘진실된 정보’가 있으면, 그래서 우리를 불안에 빠트리는 그것의 실체를 알고나면 불안이 해소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진실은 우리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이슈가 되는 사안이라면 여러 측면의 진실을 품고 있게 마련이고, 그 중 어느 부분을 골라 이야기할지는 발언자 마음이다. 누가 어느 진실을 골라서 말하느냐에 따라 해당 문제에 대한 시각들이 바뀐다.
실시간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는 와중에 우한시에 갇혀있는 사람들의 '오늘'이 유튜브에 끊임없이 업데이트된다. 그들은 저널리스트도 아니고 사회학자도 아니지만, 단지 우한시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뢰'를 얻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쯤 잠잠해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속에서, 그들의 오늘은 강력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체감 수치가 된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이 '더 신뢰할만한 것'이라 여겨진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 영상을 지속적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진실의 어느 한 측면 내지는 어느 한 해석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다.
우리 의견에 담긴 내용은 내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공간과 긴 시간, 수많은 대상에 걸쳐 있다. 그렇기 떄문에 내 의견은 '남들이 알려준 내용'과 내가 상상하는 내용을 끼워 맞춘 것일 수밖에 없다. (본문 중에서, 26쪽)
'남들이 알려준 내용'은 우리가 '지각하는 현실'을 구성한다. 우리는 각자의 지각을 바탕으로 행동을 취하기 때문에 남들이 알려주는 내용은 '객관적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경합하는 진실은 현실을 좌우한다. 경합하는 진실은 사고방식에 정보를 제공하고, 사고방식은 이후의 모든 선택과 행동을 결정한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정보로 구성되어 있다. 더 이상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이 세상의 정보를 정리해서 어느 게 더 중요한 진실이고, 어느 것은 오해를 의도한 거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직접 그 일을 해야만 한다. 내가 어떤 진실을 듣느냐가 내 사고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을 또렷하게 인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