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은 박완서 선생님의 모든 책, 그중에서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만을 모았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만들어낼지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건너 뛰고 책을 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는 작가의 짧은 소회와 감사의 인사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것만을 한데 모아두니 왜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인지 알겠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글이 쓰이고 나서, 몇 번의 편집을 거친 후에야 쓰인다. 모르긴 몰라도 그 사이 꽤 많은 시간이 끼어들었을 것이다. 출간 제의를 받고 느꼈던 설렘, 글을 쓰면서의 괴로움, 탈고의 기쁨, 편집자와 숱한 의견이 오가던 사이의 수백 가지 감정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그 감정들의 끝에서 쓰는 글이었다. 그제야 왜 모든 작가들이 프롤로그에 감사의 인사말을 쓰는지 알 것 같았다. 지난하고 고된 작업이었더라도, 무사히 끝났음에- 그리하야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되었음에(또 누군가 그 프롤로그를 읽고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동시에, 지난 십수 년 동안 그녀의 글을 읽어왔으면서도 그녀를 전혀 알지 못했던 내게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이 여기 있노라고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진솔하게 자기 얘기를 하고 계셨는데 전혀 눈치채고 있지 못했다니. 왠지 모를 죄송한 마음마저 일었다.

출판사에 대한 고마움, 편집자에 대한 미안함, 글에 대한 부끄러움이 동시에 읽혔다. 이걸 또 책으로 내도 되나, 하는 쑥스럽고 부끄러운 마음 사이에서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강한 자부심도 느껴졌다. 하고 싶은 말을 감추지도, 과장하지도 않은 담백하고 당당한 '프롤로그-에필로그'를 읽으며 아직 읽지 못한 선생님의 글이 많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완서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신지도 9주기가 지났다. 하지만 어쩐지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여전히 우리가 선생님의 글을 읽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선생님의 문장 몇 개 사이에서 울고 웃기 때문일 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