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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평점 :
등골이 오싹해지도록 공포가 내 몸을 덮치는 순간은 언제인가. 내 경우에 온몸의 털이 삐죽 솟는 순간은 아주 일상적인 때였던 것 같다. 억지로 만들어진 공포의 순간에는 의외로 좀 담담해진다. 그래서인지 공포 영화를 보거나 호러 소설을 읽어도 무덤덤했다. (호러보다 스릴러를 선호하는 편!)
실로 오랜만에 읽는 ‘호러’ 소설이었다. 한겨울에 출간된 호러 신간이라니- 조금 낯설다 싶었지만 읽고 보니 외려 겨울에 더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이 책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 실린 소설들은 뭔가 좀 달랐다. 독자에게 ‘공포감’을 일으킨다는 중요한 미션을 안고 있으면서도 이야기를 공포로 가득 채우려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랬다. 공포의 여백을 메우는 것은 애틋하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한 어떤 감성이었다. 분명히 있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지랑이 같기도 하고 한 조각의 빛 같기도 했다. 그 일상성이 좋았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기이한 일들을 차곡차곡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재가 다양했던 것, 주제가 깊었던 것 역시 인상적이었다. 상대적으로 쉬이 휘발되고 마는 ‘공포’라는 감정이 '상실'과 '재생', '사랑' 등의 감정들과 결합하여 미묘한 기류를 생성해냈다. 아마도 그것이 이 이야기들이 가진 힘일 것이다. 단 한 방울로도 오래 존재감을 드러내는 향수처럼.
그제야 띠지에 적힌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슬프고도 기이한 서정 호러 미학의 정점'. 책을 읽기 전에는 어떤 느낌인지 와닿지 않던 것이 책을 읽고 나자 고개가 끄덕여졌다. 동시에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까나.
이 책에 수록된 '이불 속의 우주'는 그런 점에서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이해하지 못할 세계는 아니지만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세계가 그렇게 만들어졌겠거니, 했다. 아무것도 없는 암흑 속에서 떠올라 어슴푸레한 상태로 작가의 의식 주변을 떠도는 그것을 양손으로 붙잡아 소중하게 끌어안았구나.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구나. 이제 그의 또 다른 이름이 쓴 연애소설을 읽어보고 싶다. 묘하게 퍼어렇고, 또 아슬아슬한 호러였다. 정말이지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