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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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났을 때, 작디작은 몸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제 몸이 자라는 만큼 먹고, 자고, 배변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예뻤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몸을 뒤집고, 흥밋거리를 찾아 몸을 움직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완벽했다. 그랬던 마음이 아이가 조금씩 커가면서 희미해진다. 어떤 아이는 벌써 제 이름을 쓸 줄 안다던데, 어떤 아이는 혼자 책을 읽는다던데, 어떤 아이는 원어민과 대화를 나눈다던데-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안 하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우리 아이는?'하고 비교하게 된다. 내 아이가 그 아이보다 낫다 싶으면 이상한 안도감이 들고, 내 아이가 부족하다 싶으면 불안함에 입술을 살짝 깨물게 된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그 정도의 감정이 내 일상을 갉아먹지는 않지만- 아이가 좀 더 크고, 본격적으로 학업의 세계에 뛰어들 나이가 되면 나의 마음이 또 어떻게 변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사실 좀 무섭기도)

소설 <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는 서울대에 대한 남다른 로망을 가지고 있다. 본인은 갈 수 없었던 그곳에 아들 영웅이만은 꼭 보내겠노라고 결심하고, 그날을 위해 달린다. 마순영 씨는 공부를 잘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부만 잘하면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다고, 용이 될 거라고 믿었다. 세상이 아무리 금수저의 것이라 해도,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은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믿음 아래 영웅이는 서울대에 꼭 가야만 했다.

다행히도 영웅이는 똑똑한 아이였다. '넘사벽 엄친아'처럼 모든 면에서 완벽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공부를 곧잘 했다. (수업 시간에는 맨날 자지만, 시험은 잘 보는 아이랄까)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는 줄 알았더니, 중학교 입학 배치 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해 엄마를 기대하게 하고, 내신을 완전히 망쳐 과학고와 멀어지나 싶더니- 또 과학집중반이 있는 명문고에는 척하고 붙는다. 그럴 때마다 마순영 씨는 속이 탔다. 빠듯한 살림을 더 꽉 쥐어짜 영웅이의 교육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들쭉날쭉한 영웅이의 성적 때문이었을 것이다.

 

로마법 안 따라도 잘만 살고 있잖아. 난 반 모임 그런 데 절대 안 나가. 나가보면 괜히 속 시끄러워.

엄친아, 엄친딸 이야기 듣고 오면, 내 애가 괜히 못나 보이고, 다른 애들 사교육 뭐 시킨다는 이야기 들으면 내 아이도 시켜야 할 것 같고,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해지거든. 옆집 엄마가 기준이 된단 말이지.

난 처음 한두 번 가보고 그냥 이건 아니다 싶어서 안 나가기로 마음먹었잖아. 그러니 속 편해. (본문 중에서, 104쪽)

 

알면서도 잘 안됐다. 이미 마순영 씨 안의 '불안함'이 너무나도 커져버린 뒤였기 때문이다. 영웅이를 서울대에 보내야겠다는 마음은 어디에 내놓아도 안 빠지는 번듯한 상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일지 몰랐다. 실패해도, 넘어져도 괜찮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는 순영 씨였기에. 실패해서, 넘어져서 너무 힘들었던 순영 씨였기에. 소설이 오로지 마순영씨의 입장에서 쓰였기 때문인지, '서울대'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에도, 영웅이를 괴롭히는 엄마의 기대감과 압박에도 그리 큰 거부감이 일지 않았다. 영웅이가 걱정되었지만, 영웅이는 엄마가 꽉 움켜쥔다고 쥐어지는 아이는 아니었으므로- 제 나름의 즐거운 청소년기를 보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다만 마순영씨가 슬프고, 안타까웠다.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비교만 하지 않으면 모든 존재는, 모든 아이는 그 자체로 완벽하며,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으며- 또 존재 자체가 찬란한 빛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높고 낮고, 빠르고 느리고, 크고 작고, 많고 적고, 못하고 잘하고가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모든 아이가, 모든 존재가 달라서 더욱 특별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비교만 하지 않으면 아이는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으며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고 완전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비교가 지옥을 만든다는 것도 역시, 알지 못했다.

너무 오래 걸리면 나오기 힘드니까, 밖에서 좀 도와줘야 해.

안에서 병아리가 이렇게 껍질을 깨면, 이렇게 밖에서도 잘 깨지도록 도와줘야 해.

 

영웅이가 유정란을 부화기에 넣고 실험하던 장면이 깊게 남았다. 부화 직전, 마순영 씨와 영웅이는 꿈틀대는 알을 사이에 놓고 '줄탁동시'를 이야기했다. 그 순간, 마순영씨가 나올 준비도 안된 병아리를 꺼내려고 껍질을 깨버린 어리석은 짓을 했던 엄마가 바로 자신이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했던 것처럼- 나도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자라고 있던 불안함과 시기심 같은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이에게는- 도움이 꼭 필요한 순간에만, 도움을 원할 때만 손을 내밀겠다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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