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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어서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안정병원 하오선생 지음, 김소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유쾌한 제목에 가벼운 에세이겠거니, 하고 열었는데 생각보다 깊어서 놀랐다.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하오 선생은 특유의 입담과 유쾌한 성격으로 한 달 만에 웨이보 백만 팔로워를 달성(?)한 SNS 스타 정신과 의사다. (중국의 박막례할머니랄까!) 그는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잠깐 스친, 은행에서 만난, 버스에서 만난 환자들에게도 기꺼이 주치의가 되어 준다. 덕분에 어쩐지 발길이 쉽게 향하지 않는 정신병원의 문턱이 낮아졌다. 두꺼운 사전 질문지에 나의 상태를 체크해두지 않아도, 하오 선생은 어디선가 나를 계속 지켜보다가 한마디 툭-하고 던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일상성, 또 적절한 가벼움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툭, 건드리듯이 얘기하지 않았다면 강박증, 자폐증,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내게(혹은 내 가족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남의 일로 치부하며 한쪽으로 밀어냈겠지.
현대인이라면 모두 조금씩은 정신병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것을 들여다보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과하게 초조해지거나 감정 컨트롤이 안되거나, 삶의 의욕이 사라질 때 어쩔 줄 모른다. 마음이 요동치는 와중에도 학교생활이나 직장 생활은 계속되기에 '정신병원'에 갈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 요동치는 마음이 감기 같은 것일 텐데도!) 그러나 사실 정신병원은 내가 느껴온 감정의 궤적과 맥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취약한 인성의 방해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쌓여있던 뭔가를 마구 풀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내 탓이 아니라 그저 '병'이라고- 그러니 약을 먹고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얘기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책 속 사례들을 지나며 강박증, 자폐증, 우울증, 거식증, 조현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꼼꼼히 읽었다. 전문적인 의학지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알아두면 좋을 정도의 정신의학을 담고 있어 유용했다. 특히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자폐아 량량을 위해 버스에 탄 승객들에게 자폐에 대해 알리고 배려하도록 한 그의 뒷모습은 어찌나 뭉클하던지.
이쯤 되면 누구라도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웨이보 인싸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