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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여성, 최초의 여성, 최고의 여성 -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를 정면돌파한 여성 100인
나탈리 코프만 켈리파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7월
평점 :
'명예로운 여성은 말하지 않는 여성이며, 그러면 사람들도 그 여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이것은 19세기 칠레의 여성상이었다. 우리나라는 달랐을까. 이 땅의 어머니들은 딸을 시집보낼 때마다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이라고 가르쳤다 시집살이는 말도 많고 탈도 많으니- 보고도 못 본체, 듣고도 못 들은 체, 말없이 살라 가르친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가부장적 전통이 만들어낸,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인식은 전 세계가 공유하는 통념인 듯하다.
물론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바뀌어가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것들이 계속해서 바뀌어야 한다. '남존여비'라는 표현 자체는 기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는 성 불평등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서 우리 엄마가 내게 말하길, 네가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결혼한 여자도 계속해서 자기 일을 해나갈 수 있을 거야,라고 했지만 지금 나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워킹맘은 여전히 힘들고, 때로는 욕심으로까지 비추어지니;ㅁ;...) 아직 어린 우리 딸아이가 어른이 되어 살아갈 세상은 조금 다를까, 생각하다가도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에 머리가 차갑게 식는다. 그랬던 때에- 이 책 <최악의 여성, 최초의 여성, 최고의 여성>을 읽으면서 차가웠던 마음이 다시 뜨거워졌다.
책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대를 정면돌파한 100인의 여성을 소개한다. 이들은 모든 분야에서 길이 막혀 있었던 때, 기존의 질서를 뒤엎고 남녀 간의 새로운 관계를 위한 기틀을 세우면서 남성의 세계에서 최초로 인정받았던 여성들이었다. 그녀들이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나도 모르게 여러 번 손뼉을 치게 됐다. 하지만 견고한 벽은 언제나 틈이 벌어지기 무섭게 도로 닫힐 것만 같았다. 그 문이 계속해서 열려있게 하는 힘은 다름 아닌 우리에게서 나온다. 그녀들이 멋진 '본보기'가 되었다면, 우리는 그 길을 따라 보다 당당하게 또 대담하게 걸어나가야 할 것이다. 최초는 또 다른 최초를 낳고, 욕망은 욕망을 부르고, 필요한 용기는 욕망과 함께 나타난다는 문장에 줄을 그으며 생각했다. 좀 더 나아가자!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