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 교통 혁신.사회 평등.여성 해방을 선사한 200년간의 자전거 문화사
한스-에르하르트 레싱 지음, 장혜경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7월
평점 :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책의 첫 장을 열면 1869년 5월 1일, 신문에 실린 그림 한 장과 함께 아인슈타인의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가 생경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자전거의 문화사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그저 어린 날의 추억과 적당한 로맨스가 함축되어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삶을 바꾼 무엇'으로 깊어졌다.
자전거의 역사는 200년. 1817년 카를 폰 드라이스가 자신이 만든 '달리는 기계'를 타고 12.8킬로미터 거리를 한 시간여 동안 탔다는 것이 자전거의 첫 시승이란다. 그 후로 200년간 자전거는 시대와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수없이 많은 변화를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바퀴의 수, 안장의 높이, 휠의 재질 등 자전거의 형태가 조금씩 달라질 때마다 우리 삶도 함께 바뀌어 갔다.
마님이 자전거를 타게 되자 하인 수가 줄었다. 아가씨 네 분도 전부 자전거를 타고 이 댁의 젊은 남자들도 모조리 열렬한 자전거 팬이라, 말을 몇 마리 팔았고 마구간을 치우던 하인들도 해고해버렸다. 남은 마차와 마구간은 하인 한 명에게 다 맡겼다. 여자들이 어찌나 자주 밖으로 나돌아 다니는지 하녀도 필요 없어질 것 같아서 요리사 아줌마는 이제 요리 말고도 다른 일까지 자기에게 돌아올 판이라고 투덜댄다. (본문 중에서, 147-148쪽)
자전거가 보급되면서 어떤 것은 굉장한 타격을 입었고, 어떤 것은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앞선 인용 문단에서 예측할 수 있듯 말과 관련한 산업은 거의 사장되었다. 사람들이 말과 마차를 타지 않으니 도로도 대폭 개선되었다. 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타기 위해 술과 담배 시장이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극장이나 출판계도 불황을 맞았다. 대신 자전거를 타면서 입기 좋은 값싼 기성복이 호황을 누렸다. (당연하게도) 자전거를 타면서 비싼 맞춤 정장을 입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