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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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주>의 '주주'는 오래된 햄버그 레스토랑이다. 벌써 삼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이 작은 가게는 할아버지의 레시피와 엄마의 상냥함, 신이치의 활기가 모두 녹아있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무심하게, 또 정성 들여 햄버그를 빚는 모습을 바라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의 안부를 말없이 묻는다. 런치 타임을 없앤 후로는 동네 산책을 간간이 하고, 그 사이 마주한 작은 서점에서 평온함을 얻어 간다. 아주 작은 마을, 애쓰지 않아도 누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훤히 들여다보이는(그리고 그것이 위협이 아니라 안심이 되는). '주주'가 있는 그곳은 그런 곳이었다.

할아버지가 아빠에게 전수한 레시피의 햄버그는 너무 비싸지도 너무 싸지도 않은 고기의 여러 부위를 적절하게 섞어 만든다. 돼지고기는 넣지 않고, 수입 고기도 사용하지 않는다. 포슬포슬한 빵가루와 계란만 넣어 반죽한다. 기계에 고기를 넣으면 다져진 고기가 밑에서 국숫발처럼 나온다. 빚다가 고기가 동그랗게 부풀었다 싶으면 멈춘다. 아빠는 그 분홍색 색감까지 찬찬히 들여다본다. 정말 장인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업을 하는 그는 익숙한 일을 건들건들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봐야 할 것은 빈틈없이 보고 있다. 조금이라도 위화감이 느껴지면 조합을 달리한다. 멀거니 보고 있는데, 동시에 핵심을 보고 있다. (본문 중에서, 19쪽)

요리에는 영 취미도 재능도 없지만, 이런 글을 보면 왠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맛있는 냄새가 폴폴 풍기는 문장들. 평소라면 무심히 먹어버렸을 작은 고깃 조각 하나에도 왠지 감사한 마음이 인다. 이 고깃 조각이 내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쳤을까. 모르는 사이 많은 사람들의 정성을 안고 사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주주>를 읽는 동안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늘, 항상, 언제나 그곳에- 그 맛으로 거기 있어줄 것만 같은 곳. 어려서 엄마와 먹었던 그 맛을 엄마를 잃고서도 먹는다. 엄마가 해준 음식은 아니지만, 여전한 엄마의 맛. 그런 생각까지 하고 나니 고민하고 있던 많은 것들이 녹아내린다. 강요된 이미지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소비하는 것은 허망하다는 데 밑줄을 치며, 좀 더 소중한 것은 언제든 그쪽에서 찾아오겠지 생각한다. 그것을 사용하고 다루고 음미하고, 그런 것이 인생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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