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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침묵 - 소음의 시대와 조용한 행복
엘링 카게 지음, 김민수 옮김 / 민음사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침묵이 뭐죠? 침묵은 어디에 있죠? 다른 때도 아니고 왜 지금 더 침묵이 더 중요하죠?
침묵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이 책 <자기만의 침묵>은 이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응? 침묵하는 데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한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것을-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6-15분 동안 음악이나 읽을거리도 없고, 글을 쓰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기회도 없이 방에 혼자 있을 때 불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침묵을 견디느니 차라리 뭔가 불쾌한 일이라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는 것이다. (침묵에 관한 어떤 실험에서 참가자 중 절반이 침묵을 지켜야 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전기 충격을 받겠다는 버튼을 눌렀다)
침묵을 지키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다. 생각하는 것.
우리는 왜 생각하는 것을 어려워할까. 왜 침묵의 시간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어쩌면 침묵은 경이로움과 잘 어울리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침묵은, 그래요,
마치 대양이나 끝없이 탁 트이고 눈 엎인 벌판처럼 일종의 위엄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이러한 위엄 앞에서 경이로움을 느끼며 서 있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그러한 위엄을 두려워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침묵을 두려워하는 이유는(그리고 음악이 사방에서, 온 사방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가 말하는 두려움이 뭔지 알 것 같다.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희미한 불안이다. 그것은 현재의 내 삶에 몰입하는 것을 아주 쉽게 방해한다. 해서 나는 내 삶에 몰입하는 짧은 침묵 대신- 이런저런 일들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침묵을 회피한다.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나의 내면을 마주하고 나면, 오늘의 많은 것들을 재정비해야 할 텐데- 그 과정들에 벌써부터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모르는 채로. 그땐 몰라서 그랬지-하는 면책을 미리부터 줘 버렸다. 그러니 매일 조금씩 더 비겁해질 수밖에.
책을 읽는 동안, 책을 자주 덮었다. 의식적으로 침묵의 시간을 가지려 노력했다. 쉽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많은 것을 한다는 것. 손과 발이 편안하게 놓였고, 눈도 감았고, 귀를 자극하는 소음도 없으니- 그제야 비로소 내 안의 많은 것들이 보였다. 나를 위해 꽤 애쓴다고 생각했었지만, 침묵의 시간을 갖고 나니 꼭 그랬던 것 같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하이데거의 문장이 제대로 읽힌다. 세상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하든, 과학기술이 얼마나 발전하든- 핵심은 나, 그리고 우리다.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나'를 생각한다. 정신없이 바쁜 어느 날에 다시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어느 페이지건, 울림이 있다.
누구나 타인이고,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