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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 나를 지키는 일상의 좋은 루틴 모음집
신미경 지음 / 뜻밖 / 2018년 12월
평점 :
해가 바뀌었다. 새 노트를 꺼내고, 으레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올해의 목표를 적어보았다. 목표라고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쓰고 보니 달라지겠다는 결심은 아니었다. 어제의 내가 그랬듯, 오늘의 나도 열심히 살기. 무엇보다, '나'로 살기. 좋아 보이는 누군가를 따라가기 급급한 삶만은 절대 지양하기. 나의 속도를 가까운 사람들의 속도와 맞추어가며 조금씩 나아간다. 아니, 그게 제자리걸음일지라도 괜찮다. 그런 말들을 '올해의 목표'라고 쓴 페이지 아래에 구구절절 썼다. 그래도 조금은 비장한 마음도 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어설픈 자기 위안 같아서 조금 웃겼다. 아, 나 요즘 칭찬이 필요한가, 하면서.
모르겐 몰라도 이 책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도 비슷한 마음으로 쓰인 글이다. 완벽한 평화가 깃든 그녀의 공간을 엿보는 일은 복작복작, 한시도 조용할 틈 없는 내게 동경의 대상처럼 읽혔다. 퇴근해서 돌아왔을 때의 고요한 평화를 위해서 아침에 청소를 한다니. (말끔하게 청소된 집은 아이의 하원과 동시에 난장이 되는데u_u...) 그런 여유가, 또 평화로움이 짐짓 부러웠다. 생각해두었던 저녁 메뉴가 있건 없건- 아이의 "안 먹을래, 나는 이거 줘"하는 한마디에 휙휙 변하고야 마는 저녁상도, 아이를 재워두고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오늘은 엄마랑 꼭 같이 잘 거야"하는 한마디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마는 것도 책 속의 그녀를 동경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시기와 동경은 사라지고 그녀와 나만 오롯이 남았다. 그녀는 그녀의 삶을, 나는 나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을진대 누가 누구의 삶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의 삶에서 가져와 내 삶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들만한 습관은 잘 메모해두었다. (그 사이에는 나를 칭찬하는 말도 꽤 많았다. 아마도 나는 '그래, 나도 멋져! 나도 잘 살고 있어!'하는 생각을 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완벽한 평화가 너무 부러운 나머지'ㅁ'...)
책을 읽고 나서, 아침에 일어나 이불 정리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가 잠든 후에는, 아이 놀이방도 깨끗하게 치워둔다. 어차피 밤에 다시 들어가잖아? 이렇게 치워봐야 아이가 등장하는 순간 다시 엉망이 될 텐데-하는 생각으로 정리하지 않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아침에 하는 이불 정리와 밤늦게 하는 아이 놀이방 정리는 스스로 하루를 잘 시작하고, 또 마무리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늘 복작하던 식탁 위와 책상 정리도 마찬가지. 너무 소소해서 그게 무슨 큰 변화를 가져오겠어? 싶은 것들이 의외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해의 시작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나만의 좋은 루틴 만들기.
어떤 순간에도 임시의 삶은 없다. 어제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내일은 어떤 예측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가장 확실한 것은 나는 지금을 살고 있고, 여기에 있는 나를 잘 돌보며 사는 것만큼 확실한 만족을 주는 일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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