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클래식한 사람 - 오래된 음악으로 오늘을 위로하는
김드리 지음 / 웨일북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책 좋아해요?" 네, "음악 좋아해요?" 네, "아, 그럼 커피도 좋아하겠네요." 네. 언젠가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갔다. 아직은 낯선 사람들이었고,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던 차였다. 다른 것이 아닌 책을 좋아하는지, 음악을 좋아하는지 물어봐 준 것이 고마웠다. 좀 더 친분이 쌓이면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져보고 싶었다. 이야기가 조금 깊어지자 나의 어제들이 흘러나왔다. "아, 그러셨구나. 그래서 책도, 음악도 좋아하시는구나?"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선을 그었다.

보통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하면 음악사에 정통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림 보는 걸 좋아한다고 하면 미술사조쯤은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즐겨 듣고 즐겨 보다 보니 아주 모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작품을 큐레이터처럼 설명해줄 수는 없다. 그냥, 보고 들으면 된다. 클래식이라고 해서 어느 시대에 만들어졌는지, 어떤 편성과 형식인지 꼭 알고 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본문 중에서, 7쪽) 관심은 있지만 아는 게 없어서 부담된다면, 누군가 큐레이션 해놓은 음악부터 시작해도 좋다. 일상의 배경음악으로 듣다가, 어느 부분이 탁, 하고 전경으로 튀어 올라오면 그때 그 음악이 무엇인지 찾아보아도 늦지 않다.

 

 이 책 <왠지 클래식한 사람>은 클래식을 즐겨 들어는 왔지만, 아는 것은 거의 없었던 내게 유익한 책이었다. 목차부터 매력적이었다. 모두 열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기쁨, 즐거움, 흥겨움, 열정, 평화, 위로, 몽환, 슬픔, 우울, 불안, 그리움, 고통, 고독, 분노, 공포, 감사의 마음을 담고 있다. 각각의 마음이 하나의 주제어로 쓰였고, 그 아래 네다섯 곡의 클래식이 따라나선다. 같이 쓰인 글은 에세이라기보다는 곡에 대한 해설에 가깝다. (목차를 보고 눈치챘겠지만) 이 책은 결코 무겁게 쓰이지 않았다. 음악사조를 따라 곡을 배치하지도 않았다. 외려 지금 음악을 듣고 있는 우리의 마음에 집중했다. 그 점이 좋았다. 책을 펼쳐들 때면 오늘 내 마음이 어떤 모양인지 살펴보고, 그 장으로 곧장 건너가 읽기 시작했다. 읽다가 음악이 궁금해지면 찾아들었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도록 수록된 곡들의 리스트를 한눈에 보고, 찾아볼 수 있는 페이지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 가장 인상적인 곡은 말러의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였다. 듣는 순간, 깊은 감정의 골짜기를 통째로 끌어올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말로 형언하기 어렵다, 생각했는데 말러 역시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작곡을 한다. 말로 할 수 있다면 왜 구태여 작곡을 하겠는가?'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고 한다. 이 곡의 영향인지 한동안 책장에 꽂혀만 있던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도 읽기 시작했다.

 

읽고 있는 책도, 듣고 있는 음악도 수 세기를 견딘 것들이다. 세상은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수 세기 전과 같은 모양새로 여기, 지금을 살고 있다. 그들이 느꼈을 형형색색의 마음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오늘의 우리가 느끼는 마음의 모양과 다르지 않다. 그게, 어떨 때는 굉장히 진한 위로가 된다. 그래서 이 책도, 내게 위로였다. 도무지 마음대로 안되는 마음은 그냥 그대로 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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