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논어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평점 :
공자 하면 탁, 하고 떠오르는 한 글자 ‘인仁’. <논어>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마주하게 되는 것 역시 ‘인仁’이었다. 그런데 ‘인仁’이란 무엇일까. 공자가 <논어>에서 그것을 정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것은 인이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거꾸로 인을 가진 이는 어떤 사람인가를 드러내고 있다.
1.3 / 공자가 말했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늘어놓고 용모가 빼어난 자들이 인덕한 경우는 드물다.
4.2 / 공자가 말했다. "인덕을 갖추지 못한 자는 오랫동안 곤궁하게 살 수 없으며 또 오랫동안 안락하게 살 수 없다. 인자는 인도에서 안락하며, 지자는 인이 이로운 것을 알아 인을 행한다."
4.3 / 공자가 말했다. "오직 인자만이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 나쁜 사람인가를 판별할 수 있다."
인한 사람은 사람의 도리를 알고, 그에 따라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다. 때문에 공자의 인은 때로 孝이기도, 제悌이기도, 예禮이기도, 충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들은 ‘인仁’을 형성하는 일부일 뿐, ‘인仁’ 그 자체는 아니다. 공자가 <논어>를 통해 말하고 있는 ‘인仁’의 개념은 그보다 훨씬 근원적이고, 이상적이다. 때문에 ‘인仁’을 아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논어>를 읽고 생각한 바로, ‘인仁’은 타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사랑하는 마음이 부모에게 닿으면 효가 되고, 나라에 미치면 충이 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에는 부모에 대한 자식의 마음을 관찰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는 그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니, 3년 상을 잘 준수한다면 가히 효라 할 수 있다(1.11)'라던지, '장중한 태도로써 백성들을 대우하면 그들은 곧 당신을 존경할 것입니다. 당신께서 부모에 효순하고 자제에 자상하면 백성들은 곧 당신께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당신께서 선량한 자를 기용하여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가르치면 백성들은 곧 서로 권면하여 노력할 것입니다.(2.20)'라는 구절을 되새겨보면, 공자 역시 타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공자의 '더불어 삶'은 굉장히 도덕적인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것이 <논어>가 공자가 제자들에게 한 말을 옮겨 적은 것이라 그런지, 유교 사상의 바탕이 되는 것이라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생각보다 술술 읽혔다. 유명한 구절들이 많아 여기저기서 조각난 채로 읽었던 탓도 있겠고, 아직 우리 사회에 유교의 뿌리가 남아 큰 반감 없이(혹은 물음표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곳곳에 날카롭게 파고드는 문장들이 있어 필사하기도 했다. 이 책이 수 천년을 견뎌 오늘에까지 읽히는 이유는, 바로 그런 날카로움이 아닐는지.
덧+
1. <논어>는 문장이 간략하지만 그에 함축된 바가 많아서 예로부터 해석을 둘러싸고 여러 견해가 속출하였다 한다. 실제로 이 책과 함께 여러 권의 <논어>를 함께 읽었는데- 한자 하나를 두고 해석하는 바가 다른 경우도 왕왕 있었다. 또 제자들이 묻는 말에 공자가 답하는 형식이라, (제자들의 질문은 쓰여있지 않다)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 안에 답이 있는 신기한 경험도 하게 된다.
2. 책은 머리말에서 '오늘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논어>가 만들어졌던 공자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의하여 추론해야 할 것이다'라고 썼지만, 어떤 책이든 쓰인 때보다 읽히는 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 문장을 한참 동안이나 노려보았다. 제아무리 좋은 글이라 할지라도, 사랑하는 이에게(자식에게, 혹은 제자에게) 직접 전하는 말보다 더 진하기 어렵고 그렇다면 이 글 역시 공자의 '찌꺼기'일 뿐일진데- 그것이 오늘의 우리에게 와닿지 않고 거기, 그 자리에만 머물러 있다면 대체 왜 이것을 이제 와 읽어야 한다는 것일까.
3. 공자는 서재에 틀어박혀 글만 공부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 외려 흥미로웠다. 사마천의 사기에 적힌 바로는 키가 221cm씩이나 됐다는데, 그러면서도 섬세하고, 예의 바르며, 음악을 사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외모를 상상하며 읽으니 더 재미났던 부분도 있었다. (행실과 관련한 부분에서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