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깊은 산속. 가장 가까운 슈퍼까지 산을 내려가서 37킬로미터, 서점까지는 60킬로미터, 게다가 휴대전화는 3개 통신사 모두 불통. 당연하게도 텔레비전은 난시청 지역. 그러나 너무 아름다워 '신들이 노는 정원'으로 불리는 곳. 그곳에 가보기로 한다. 아니, 1년 동안 '살아보기로' 했다. 지나고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막상 그 시간을 통과하는 사이에는 결코 짧지만은 않은 시간. 낯선 공간에서 네 개의 계절을 지내는 것은 그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까?

에세이 <신들이 노는 정원>은 저자 미야시타 나츠가 홋카이도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남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기꺼이 '가무이민타라'에 가서는 1년간 겪는 이야기다. 일기 형식으로 짧고 소담하게 쓰인 언어 속에는 공간이 주는 맑음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쓰여지는 동안에도 어느 잡지에 연재되고 있었다고 하니, 아무도 보지 않을 일기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대목에서는 이곳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는 소녀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다.

대머리였던 강변이 초록색 계곡이 된다. 뾰족했던 벼랑이 초록으로 덮이며 동그래진다. 살아 있다. 치열하게 살아 있다. 6월인데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에조하루제미, 봄매미라고 한다. 기온은 20도가 되지 않는데 온 산에서 매미가 울어서 혼란스럽다. (본문 중에서, 75쪽)

세 아이들은 한 학교에 다닌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같이 있다. '모두와 잘 지내고 싶다'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지던 도시에서와 달리, 이곳에서라면 정말 모두와 잘 지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수학 수업 대신 수영을 하고, 국어 수업 대신 등산을 한다. 어떤 날은 평일임에도 낚시로 하루의 일과가 가득 채워졌다. 아이들은 강가에서 기다림을 배우고, 그 끝에 오는 달콤함을 배웠으리라. (기다린다고, 또 노력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라는 것도 배웠을 테고) 작은 마을의 특성상, 어느 아이는 누군가를 맞이하고 떠나보내는 일이 숙명이다. 어쩐지 부담스러울 것 같은 일대일 수업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 괜찮아 보인다. 함께하는 순간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떠나보낼 때는 진심으로 서로의 내일을 응원할 줄 안다. 나는 이것이 진정한 '건강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 많은 순간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행복'이라는 말처럼 모호한 것도 없어서, 사람마다 그 형태는 다를 것이다. 크기도 하고 동그랗기도 하고 반짝반짝 빛나기도 하고. 울퉁불퉁하거나 색이 특이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뭐랄까, 그런 걸 있는 그대로 즐기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또 그런 생각도 했다. 뭐든 넘치는 것보다, 조금은 부족한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조금 부족할 때, 우리는 감사함을 느끼게 되고, 소중함을 배운다. 가치 있는 것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것을 소중히 안을 줄 알게 된다. 그 순간이, 그 깨달음의 순간이 얼마나 예쁜지 :)

신들이 노는 정원.
눈부시고, 건강하고, 신비로운 곳.

산에서 내려가는 차 안에서, 내 마음이 다 이상하게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확실한 것은 그 감정이 아쉬움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뭐랄까, 뭔가 마음이 달라졌다. 그러니까 뭔가, 전에 몰랐던 것을(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지도 모를 것을) 소중히 품고 간다.

공기가 맛있다. 제일 처음 공기를 ‘맛있다‘고 표현한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다. 공기에는 정말로 맛이 있다. 맛있는 물처럼 순한 맛이 난다. 음표로 말하자면 도레미파솔 같은 맑은 맛. 이곳 공기는 맛있다. (본문 중에서, 48~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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