熱河日記, 그 문학의 근대성 - 18세기 사상적 변화와 박지원의 문학이 갖는 근대성
이선웅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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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연암 박지원은 실학사상이 고조되던 시기에 양반으로 태어났다. 원한다면 관료로 일할 수도 있었으나, 굳이 그 길을 마다하고 선비로서의 삶을 택한 것은 그가 조선 양반사회의 비리를 통한 부의 축적과 온갖 부정을 저지르는 양반사회에 대해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저 책 읽는 자로 살았던 그는 마흔넷에 이르러 청나라를 여행할 기회를 얻어 <열하일기>를 집필하게 된다.

<열하일기>, 과연 그 안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
대체 무엇이 적혔기에 읽은 이들 모두가 예찬하고 나선 것일까?

이 책 <열하일기, 그 문학의 근대성>은 저자가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것을 재편집한 것이다. 해서 그 목차가 좀 이상해 보인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열하일기>의 근대성 분석에 관한 것이고, 2부는 박지원의 생애와 사상, 3부는 서론, 4부는 결론으로 이루어졌다. 순서를 흩트려놓았지만,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 어떻게 구성되었을지 짐작이 간다. 어쨌거나 중요한 부분을 앞에 두었다. 160 페이지에 달하는 1부 '<열하일기> 근대성 분석'에는 <열하일기>의 문학적 성격과 그 속에 드러나는 조선사회에 대한 시각, 종교 문제, 중국인식과 국제정치사상, 서지적 문제 등 다양한 관점들이 등장하여 흥미를 자극한다. 실로 <열하일기>는 조선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 걸쳐 비판과 개혁을 논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박지원의 문학은 그 시대에서 뜻하는 바가 무척 크다고 하겠다. (물론 그 시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로서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연암은 <열하일기>에서 단지 여행을 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만을 쓰지 않았다. 그 안에는 조선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 걸친 비판이 스며있고, 돌아가는 곳곳마다 개혁을 논했다. 알다시피 연암은 격동의 18세기를 지내온 실학자다. 청의 선진문물을 수용하면서 발전론 적인 시간과 현실 중시의 의식이 책 속에 분명히 드러나있다. 놀라운 것은(또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늘의 우리가 '나'를 중요시하고 나의 욕망을 긍정하듯, 그 역시도 주체의식을 강하게 드러내며 인간의 욕망을 긍정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책을 읽는 동안 '앎'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쩌면 연암이 비판했던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론에의 답습'을 앎이라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은, 이론을 그대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적용되는, 그리하여 나의 삶이 변화될 수 있는 지혜로서의 앎이다. 우리는 앎을 통해 진보해야 한다. 그 사실을 독자로 하여금 다시 주지시켜주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소득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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