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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2007년 4월 내맘대로 좋은 책!

안녕하세요. 이번 달에도 새로운 멤버와 함께 인사드립니다. 고객/구매/물류팀 등 알라딘 운영본부를 총괄하고 있는 최우경 운영본부장입니다. 사진에 너무 당황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좋은 기업을 넘어...위대한 기업으로
제임스 콜린스 지음, 이무열 옮김 / 김영사
 
Great가 Good의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절연의 결과라니 놀랍습니다. 세간에 알려진 성공사례들에 냉담한 제임스 콜린스만의 진단툴들은 방대한 조사자료와 잘 어우러져 한눈에 보기에도 의젓하고 품위있습니다. 실패로 기운빠진 분들에게는 영양제가, 성공에 기고만장한 분들에게는 진정제가 될만 합니다.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행복/불행, 승리/패배를 대신할 새로운 인생진단툴, 몰입. 오직 일상생활만이 눈부시며 행복에의 갈구, 간절한 기도는 지리멸렬하답니다. 하지만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결과가 참혹한 불행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각주달아 두었습니다. 그러니 더욱 읽어둘 만하지 않습니까?
 
운영본부장 최우경
(migz@aladin.co.kr)
 
 
"무"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에프라임 키숀 지음, 반성완 옮김 / 마음산책
 
요즘 나는 그림그리기를 꿈꾸고 있다. 일하고 밥 먹고 잠자고 어울리는 시간을 제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는 하루, 어렵사리 난 짬을 캔버스 앞에서 보내면 즐겁지 않을까 상상하는 것이다. 당장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깝다면 지나치게 현대인다운 변명일까. 사실 두렵고 괴로운 마음이 더 크다. 짬을 내어 화방으로 달려간다고 해소되는 욕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아본 적 없고, 공교육 제도 하에서 두각을 드러낸 적도 없으므로, 내가 그려낸 결과물은 필경 재앙에 가까울 것이다.
 
누군가는 재능이 없는 것을 알고도 덤벼드는 것이 용기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모하거나 둔한 용기가 수많은 상처를 낳는다는 쪽이 외려 옳다. 이런 (소위) 예술과 삶에 대한 뒤틀린(이병규의 안타처럼 변태적인) 집착은 결국 비꼬는 유머에 대한 재주만을 남겼는데, 사실 이 '재능'을 사용할 곳이 많지 않다.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같은 책을 읽으며 낄낄거리는데 사용하는 정도인 것이다.
 
포토샵을 이용해 엑셀 바탕화면을 캡쳐하고, 그 주위에 금박 테두리를 둘러보았다. 제목은 "시간-7", 비평은 '단선화된 시간의 구획 안에 갇힌 욕망을 무(無)로 정화한 스무 개의 공간과, 저녁 일곱 시를 맞이하며 스스로 소외되는 현대인의 체념을 다룬 초(超)평면적 오브제'이다. 이런 놀이를 하다보면 사람이 이보다 절망적일 순 없지 싶다.
 
스케치 쉽게 하기
김충원 지음 / 진선출판사
 
 
해서 요즘 가장 기다리는 책은 김충원의 <스케치 쉽게 하기>. 박스 안에 기초 드로잉 노트가 책과 함께 들어있고, <스케치 아프리카>도 함께 준다. 초판한정.
 
청소년.예술 .종교담당 김재욱
(actually@aladin.co.kr)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권정생 지음, 박진경 그림 / 우리교육
 
4월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야구 그리고 '잔인한' 운운하는 싯구겠지만, 마치 거짓말처럼 4월 1일부터 나의 머리속에는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라는 동화책 제목이 새겨져 지워지지 않았다.
 
'또야 너구리는 왜 기운 바지를 입었을까(그런데 왜 너구리가 바지를 입어야 할까)', '다른 친구들이 놀리진 않을까(다른 동물들도 바지를 입어야 한다면 말이지만)',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은 또야인 걸까(기운 바지를 '또' 입었기 때문일까)' 등등, 또야 너구리와 그이의 기운 바지를 둘러싼 상념은 도무지 떠날 줄을 몰랐는데, 급기야 '이름까지 또야인 꼬마 너구리에게 굳이 기운 바지를 입혀야 하는가'라는 도덕적 의문까지 들었던 것이다. (결국, 책을 읽지 않았었다는 말이다)
 
왜일까. 나는 그 말이 슬프기만 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기운 바지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그마저도 튿어진 기운틈 사이로 하얀 발톱이 보이던 양말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살아가라, 한 번도 가난하지 않은 것처럼, 뭐 그렇게.
 
기운 바지를 부끄러워하는 또야에게 엄마는 말한다. 앞산에 산벚나무 꽃도, 앞냇물에 피라미랑 납주래기도, 하늘에 별님들도 모두 또야의 기운 바지 때문에 피고, 살고, 빛날 수 있는 거라고. 그렇다면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 것은, 아름다운 꽃과 피라미와 빛나는 별 그리고 기운 바지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가난한 내 마음부터 꿰매고 봐야겠다.
어린이담당 금정연
(stereo@aladin.co.kr)
 
 
"가끔은, 고통이나 불행 없는 사랑도 있으리라 "
 
시핑 뉴스
애니 프루 지음, 민승남 옮김 / Media2.0
 
<브로크백 마운틴>의 작가 애니 프루는 지난해 내가 만난 작가 중 가장 멋진 작가다. 아직 얼마 살지도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애니 프루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그가 '이 (지긋 지긋한) 삶'에 대해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절로 알게 된다.
 
한 남자가 있다. 볼품없는 외모, 딱히 재능도 없고 근근히 살아간다. 부모는 자살하고 바람난 아내는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달랑 딸아이 둘과 세상에 남겨진-인생이 난파한 한 남자의 이야기. 고모의 손에 이끌려 간 척박한 고향 땅에서, 그는 새로운 삶과 마주한다. (새 삶을 찾아간/찾아낸 것이 아니라.)
 
친구가 말했다. 예전엔 이 말이 참 싫었다고. '내 스스로 열심히 노를 젓고는 있지만, 지금 나를 태우고 있는 배를 움직이는 것은 내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말뜻을 이해한 다고. '순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테다. 삶이란 게 그런 거 같다. 순간순간, 내 의지와 관계없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흘러갈 수 있는, 그래서 더 재미있고 더 고통스러운 각자의 이야기. 평범하지조차 못한 남자 쿼일이 무심한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고통이나 불행 없는 사랑도 가끔은 있으리라 깨닫기까지. 목이 부러진 새가 하늘을 날고 매듭 속에 바람이 갇히고- 이처럼 작은 기적들로 가득찬 것이 우리 삶임을 다시 깨우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가뜬한 잠
박성우 지음 / 창비
 
시집 맨앞에 놓인 '삼학년'이란 시를 읽고 활짝 웃었다.
 
삼학년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솔직하고 친절하고 겸손하다. 이 시대에 이런 글을 읽는다는 건,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토닥토닥 손길을 느끼며 흙냄새, 바람냄새 나는 추억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시인은 자기 안의 응어리들을 묵묵히 받아 안았을 강물에게 미안해하고, 깜빡 집에 놓고온 자신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원경과 근경이 뒤바뀌며, 기꺼이 배경이 되고자 하는 시인.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풍경임을 상기한다면, 삶의 모습이 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모르는 게 더 많았던 60년대 한국"
 
한국 현대사 산책 1960년대편
강준만 지음 / 인물과 사상사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했다. 학교에서 다 배웠던 내용이 아닌가. TV나 라디오에서 주워들은 내용도 꽤 되고. 하지만 결론만 말하면 모르는 게 더 많았다. 검은 선글라스를 박정희의 이미지처럼 나는 밖으로 드러난 일부분만을 보고 박정희를, 60년대를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알지 못했던 박정희, 내가 알지 못했던 김종필, 내가 알지 못했던 60년대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았고 예상했던 것처럼 유쾌하지 않았다. 병영국가, 정경유착, 기회주의, 색깔전쟁으로 표현되는 60년대의 정책, 결정, 사건들은 지금의 2007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한국사회에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으니.
 
강준만의 인용에 의한 재구성은 글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기는커녕 책 읽는 재미를 더해 줬다. 인용이 산만하지 않고 뚜렷한 흐름을 가지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나의 관점을 만들고 그것에 맞는 글들을 배치하는 것은 분명 저자만의 재주이리라. 실제의 기록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기에 객관적인 부분에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경영.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길이 나를 부르니"
 
주말이 기다려 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엮음 / 터치아트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많다는 얘기는 너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뚜벅이 신세. 후보지 를 좁히고 좁히다보면 어느덧 원점으로 돌아가 영화관/까페/블로그에 닳고 닳도록 오른 맛집 뿐이라니.
 
자, 역마살 있고 적당히 걷는 것 좋아한다면 이 책을 입수하자. 서울은 물론, 전국 각 지에서 맨몸으로 활기차게 걸으며 즐길 곳이 가득하다. 소요시간별 코스도 소개되어 있어 체력별 선택도 가능하다. 서울이라면 하늘공원, 양재천이 처음 도전하기에도 가뿐하다.
 
생수 한 병, (혹시 길을 잃을 지 모르니) 신용카드나 현금, (혹시 도중에 급하게 필요 할 지 모르니) 휴지 정도만 들고 거침없이 문을 박차고 나가자. <나를 부르는 숲>만큼 스펙 터클한 트래핑이 아니더라도, 유유자적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워킹만으로 충분히 인생이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 이 책 때문에 이번 달에는 책을 거의 못 읽었다. ****출판사는 각성하라.
외국어.만화 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마음의 병, 마음의 힘"
 
1등 브랜드와 싸워 이기는 전략
애덤 모건 지음, 인 피니트그룹 옮김 / 김앤김북스
 
스티브 잡스는 1998년 5월 아이맥을 공개하면서, "오늘 우리는 로맨스와 혁신을 컴퓨터 업계에 돌려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에서 평한 것처럼, 그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실제보다 더 커보게 하는 사람이고, '퍼스널 컴퓨팅'이라는 아이디어를 신봉하고 종교로 삼은 전도사다. 누구를 향해서도 "컴퓨터를 찬미하라!"고 외칠 수 있는 인물 .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의 그런 능력, 사물을 거침없이 다르게 볼 수 있는 눈과 야망의 크기, 그리고 자기 믿음의 확고함이다. 이를테면 "사물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당신은 그들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비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할 수 없는 오직 한 가지는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용기 같은 것.
 
이 책은 400페이지 내내, 그래서 사랑받는 스티브 잡스처럼, 도전자 브랜드도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대해 감히 감성적 선언을 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가 고도의 감성적 주장을 세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사랑을 받는다고 말한다. 사고의 냉철함과 분석력은 그 과정에 스미는 것이지, 처음부터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1등 브랜드와 싸워 이기는 전략>을 가르쳐주겠다고 해놓고는 ‘태도’ 얘기다. 하지만 읽다보면 태도가 곧 전략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인간이 본래 감성에 기우는 동물이고 소비자도 인간이라 그렇다. 마음을 건드리지 못하는 전략이 무슨 소용이며, 태도가 훌륭하지 않은 전략이 어찌 마음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먼저 과도한 헌신이 있어야 한다." 식상한 결론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메시지다. 간결한 공식이 있을리 없고, 아무리 숫자에 기대보아도, 세상 일은 대게 '정신'으로 돌아온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고, 그 위엄을 사랑하고, 그것에 안도한다. 정말로 "용기! 용기! 삶! 삶! 그것이 나의(어쩌면 우리의)테크닉이다."
 
인문사회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이젠 러브마크다!"
 
러브마크: 브 랜드의 미래
케빈 로버츠 지음, 양준희 옮김, 이상민 감수 / 서돌
 
근육질 모가수의 히트곡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오~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 워 ~'라고. 이 책은 표지부터 내용 한장 한장까지 정말이지 멋지다! 책장에 꽂혀있는 것만으 로도 왠지 흐뭇하고, 좀처럼 읽은 책 다시 보는 일 드문 내가 몇 번째 들춰보고 있으니..하드커버의 이 빨간 책은 이미 나에게도 또 하나의 러브마크로 자리잡았나 보다.
 
저자는 직설적으로 말한다. ''브랜드는 이미 그 수명이 다했다!''고. 이제 기업은 브랜드의 개념에서 벗어나 이성을 뛰어넘는 충성도(Royalty beyond Reason)를 창출해내는 '러브 마크'로의 미래를 모색해야 하며, 이는 신비감, 감각, 친밀감을 활용함으로써 창조될 수 있음을 우리 주위의 수많은 '러브마크'의 예를 들며 설명해준다.
 
매혹적인 빨간 표지를 지녔지만 '브랜드의 미래' 라는 문구가 엄연히 경영서임을 말해 주는데, 수많은 이미지들과 기발한 편집, 화려한 컬러들로 무거운 경영서의 기운은 온데간데 없다. 냉철하기만 할 것 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사랑 타령이라니..어리둥절함도 잠시, 흔한 마케팅 기법들을 열거하고 있는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다.
 
언뜻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단순한 사실에 입각해서 구매결정을 하는 걸로 판단되지만, 실상 인간의 행동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에 의해 결정지어진다고 한다. 이제 기업은 소비자의 감성에 집중해야 할 때다. 정확한 수치와 도표, 계획과 전략만이 전부인 듯 여겨지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 러브마크가 되고자 하는 브랜드라면 직관적으로 듣는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 의 경험으로부터 이야기를 얻어낼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의 모습은 다양하다. 남녀간의 사랑에 머물지 않고, 그 거리, 그 음식, 그 맥주, 그 향기를 우리는 사랑한다. 사랑에 빠진 소비자가 있는 곳에 러브마크가 있다. 사람, 옷, 단체, 국가 등 무엇이든 러브마크가 될 수 있고 이것은 이성적 논의나 혜택 같은 것을 뛰어 넘어 소비자와 감성적으로 연결되면서 만들어진다.
 
러브마크는 브랜드를 넘어선 미래가 될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이미 러브마크로 자리잡은 많은 브랜드들이 있다. 나이키, 스타벅스, BMW 등등.. 미래를 준비하는 누군가 또는 기업이라면, 이들 브랜드의 가치와 힘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수치를 읽는 것으로는 이길 수 없다 .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움직이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의 나도, 당신도 복잡한 수치계산과 철저한 계획 아래서만 움직이고,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것들이 단지 감각에 의한, 이성이 통하지 않는 그 '러브마크'로의 도약을 막고 있는 건 아닌지.. 직관과 본능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외서담당 공현숙
(ball98@aladin.co.kr)
 
 
"희망을 보아주세요"
 
누군가
이름없는 독
미유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인생에 부족함이 없거나, 또는 행복한 삶을 사는 탐정은 미스터리의 세계에는 무척 드문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평범하고 이렇다 할 장점도 없지만 일상생활은 안정 되어 있고 포근한 행복 속에 사는 탐정. 이 작품은 그런 인물이 주인공입니다. 그 결과 그가 추적하는 사건은 아주 사소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 사소함 속에,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 미야베 미유키
 
겨우 석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에도 여전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 남자가 초등 학생을 유괴해 저수지에 던졌고, 중학생들이 친구를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2007이라는 숫자에 부끄럽게 시위대와 전경들이 상처를 입었다. TV를 자주 볼수록 염세적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세상. 이런 세상에 집 걱정 없이, 회사에서 짤릴 걱정 없이, 그저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매일매일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랄랄라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 심지어 탐정 소질까지 있단다.
 
편의점에서 마음 내키는대로 고르는 음료수에서부터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까지 이름 없는 독은 어디에나 퍼져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침이면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저녁에는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간다. 그래서 이번 달 <누군가>와 <이름 없는 독>이 특히 소중했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때문에 미미 여사의 책을 읽고나면 우울하고 쓸쓸하곤 했는데, 이 책에서 여사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절망을 넘어선 곳에서는 희망이 있으리라 나는 아직 믿는다.
 
편집팀장 이 예린
(yerin@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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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떠나자 `책캉스` 추리·미스터리 속으로

[중앙일보 김성룡] 직장인들이라면 휴가 일정을 정하기 위해 슬슬 달력을 뒤적거릴 때입니다. 놀러갈 곳을 정하는 것만큼이나 휴가 기간 중 벗할 책 고르기도 휴가 준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이번 주 '행복한 책읽기'는 공포영화처럼 여름이 제철인 추리.미스터리 소설 특집을 2개면에 걸쳐 준비했습니다. 인터넷 추리.미스터리 소설 동호회 세 곳의 운영자가 독자 여러분들의 행복한 '책캉스(책+바캉스)'를 위해 엄선한 추천작 리스트를 보내왔습니다.

몇 권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지난해와 올해 출간된 책들로 꾸몄습니다. 영미권 추리소설 중 국내에 시리즈로 출간된 작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와, 작품성과 오락성을 겸비해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 이야기 등도 함께 소개합니다.

고독한 터프가이의 원조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북하우스, 2005년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의 완성자이자 후대의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레이먼드 챈들러의 후기 걸작이다. 로버트 앨트먼의 영화로도 유명하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댄스댄스댄스'에서 오마주하기도 했다. 탐정 필립 말로가 아내를 살해했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자살한 친구 테리 레녹스를 그리며 칵테일 김릿을 마시는 장면은 거의 모든 칵테일 교본에 언급될 정도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큘 포와로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필립 말로는 낯선 모습의 탐정이다. 하지만 영화 속 험프리 보가트나 브루스 윌리스를 떠올리는 이들에게는 무척 익숙할 것이다. 말로는 '고독하고 냉소적인 터프가이' 이미지의 선구자니까. 작품에서 중년이 된 말로는 여전히 살인과 죄악이 소용돌이치는 로스앤젤레스를 뛰어다니며 자신의 우정이 변질되고 파괴돼가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본다.

'기나긴 이별'에는 많은 것이 들어 있다. 우정, 사랑, 배신, 욕망, 전쟁이 남긴 육체적.정신적 상처, 그리고 내면을 잃어버린 인간 군상이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고통스러운 과정까지. 미스터리이면서도 서정적이고 쓸쓸한 분위기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감각적인 문체는 이 작품을 장르를 초월해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영원히 남게 했다. 물론 모든 고독하고 냉소적인 사립탐정의 아버지 격인 필립 말로의 그윽한 매력도 오래 남을 것이다.

장경현 싸이월드 '화요추리클럽' 운영자

■'암살 주식회사'(잭 런던.로버트 L 피시, 문학동네, 2005년)=이토록 형이상학적이면서 동시에 육체적 폭력을 강렬히 묘사하는 작품이 있을까.'야성의 부름'의 작가 잭 런던이 그리는 스릴 넘치는 인간 사냥.

 

 

 

■'비밀의 문'(김내성, 명지사, 1994년)=일본에 에도가와 란포가 있다면 한국에는 김내성이 있다. 외국 명작과 비교해 전혀 손색 없는 '타원형 거울'을 비롯, 잔혹.엽기.탐미주의로 가득한 마력적인 단편집.

 

■'폭스 이블'(미네트 월터스, 영림카디널, 2004년)=한적한 영국 시골 마을에 살던 부자 노인의 죽음과 사악한 떠돌이 폭스 이블. 무관해 보이는 두 가지 사건을 다양한 형식으로 제시하며 서서히 절정으로 몰아가는 수작.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1~3'(제프리 디버 엮음, 황금가지, 2005년)='본 콜렉터'의 작가 제프리 디버가 뛰어난 감식안으로 선별한 고금을 초월한 거장들의 단편집. 미스터리의 다양한 지평을 맛볼 수 있다.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 가지 사건'(보르헤스.카사레스, 북하우스, 2005년)=20세기 문학의 거장 보르헤스가 문학동지 카사레스와 공동작업한 단편집. 죄수 탐정과 속물 의뢰인들이 늘어놓는 이야기 속에 예리한 통찰이 빛난다.

 

 


연쇄살인범이 반가워 ?

2005 올해의 추리소설- 반가운 살인자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산다슬, 2005년

"또 다시 목요일이 되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대로 비가 내리고 있다." 이렇게 시작되는 서미애의 '반가운 살인자'는 한국추리작가협회가 해마다 펴내는'2005 올해의 추리소설'에 실린 단편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서부지역 연쇄살인사건이 소재다. 얼마 전 용의자가 검거됐지만 이 작품이 나올 때만 해도 해결의 실마리도 잡지 못했던 사건을 작가의 상상력이 풀어간다.

주인공은 사업 실패로 부도가 난 뒤 2년간 노숙자 생활을 하고 집에 돌아온 한 남자다. 그가 사는 지역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이 실린 신문기사를 스크랩하며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남자는 아내와 딸이 잠들면 집을 몰래 빠져나가 어둠 속을 배회한다. 소설은 왜 남자에게 살인자가 반가운지를, 뒤집어서 살인자를 반가워할 수밖에 없는 한 실직자의 현실을 그린다. 추리소설은 대개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꿈꾼다. 그러나 작가는 테크닉을 구사한 반전을 내놓기보다는 이 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 '따스한' 반전을 내놓는다.

'반가운 살인자'는 외국의 어느 단편과 견주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비록 단편집에 실린 9편의 수준이 들쑥날쑥하긴 하지만 '반가운 살인자'같은 잘 만들어진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분명 큰 즐거움이다.

나혁진 네이버 카페 '일본미스터리문학즐기기' 운영자

■'아이거 빙벽'(트레바니언, 황금가지, 2006년)=정부 비밀조직의 암살자 조나단 헴록 교수. 그의 다음 임무는 알프스 아이거 빙벽 등반대 중 한 사람을 암살하는 것이다. 007을 능가하는 헴록 교수의 활약이 돋보이는 걸출한 산악모험소설.

 

 

 

■'셰르부르의 저주'(랜달 개릿, 행복한 책읽기, 2003년)=발달된 증기 문명을 토대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영.불제국의 1등 수사관 다아시의 활약이 펼쳐진다. 대체 역사, 스팀 펑크, 마법 판타지,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결합된 역작.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우타노 쇼고, 한스미디어, 2005년)=당신의 상식과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작품. 한 노인의 뺑소니 사고를 추적하는 주인공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동시에 비할 데 없이 독창적인 반전과 만나게 된다.

 

 

 

■'유리망치'(기시 유스케, 영림카디널, 2005년)=최신 기술과 현대적 장비로 완벽하게 보호되고 있는 인텔리전트 빌딩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가 벌이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크림슨 리버'(전 2권,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문학동네, 2006년)=엽기적 수법의 연쇄살인을 각각 수사하는 두 형사가 만났을 때 상상할 수 없는 진실이 고개를 쳐든다. 유전학.광물학.우생학 등 다양한 소재가 양념으로 가미된 속도감 넘치는 스릴러.

 

 

 

그 섬이 수상하다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황금가지, 2004년

한때 요새였으나 현재는 정신병에 걸린 살인자들을 수용하는 병원이 있는 '살인자들의 섬' 셔터 아일랜드. 감쪽같이 사라진 한 환자를 찾기 위해 연방 보안관 테디와 처크가 어두운 바다를 건넌다. 도망자의 흔적을 조사하던 두 보안관은 병원 내부의 알 수 없는 벽에 부딪치고, 뭔가 불법적인 실험이 자행되고 있다는 낌새를 느낀다. 이들은 수상한 병원의 핵심에 닿기 위해 가장 위험한 범죄자들을 수용해놓은 C병동에 잠입한다. 그러나 폭풍우가 닥치면서 섬은 고립되고 보안 시스템은 마비된다.

섬이라는 공간적 한계와 치밀한 감시가 이뤄지는 정신병원, 불가능해 보이는 탈출과 각종 암호, 수상한 일을 꾸미고 있는 듯한 정신병원. 작품은 이렇듯 총격전 몇 번이 일어나거나 의료계 불법이 폭로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뻔한 스릴러 냄새를 풀풀 풍긴다. 하지만 작가는 섬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머리를 굴리려는 의욕 가득한 독자를 현실과 망상, 기억 그 어렴풋한 경계 속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데니스 루헤인은 치유될 수 없는 오래된 상처를 끌어내 가슴 뜨끈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미스틱 리버'의 작가. 그의 솜씨는 이렇게 고도로 조직화된 플롯 안에서도 전혀 눌리지 않는다. 작품의 마지막 장까지 넘기면 그 반전에 제법 많이 놀라고 주인공이 처한 그 현실에 조금은 슬퍼진다. 오랫동안 기억될 작품이다. 호러.SF.스릴러 등을 대상으로 한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클럽' 시리즈에서 가장 호응이 높은 작품으로 발매 후 7000여 부가 나갔다.

윤영천 하우미스테리닷컴(www.howmystery.com) 운영자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존 르 카레, 열린책들, 2005년)=이 작품으로 스파이소설은 '현실'의 땅을 디뎠다. 가슴 아플 정도로 생생한, 희생당하는 스파이들의 이야기.

 

 

 

■'밤 그리고 두려움'(코넬 울리치, 시공사, 2005년)=윌리엄 아이리시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코넬 울리치의 단편 모음집. 작가의 전 생애를 들춰 작품을 모은 덕에 '서스펜스의 거장''누아르의 아버지'라 불리는 울리치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다.

 

 

■'핑거포스트'(이언 피어스, 서해문집, 2004년)=하나의 살인사건과 네 명의 증인.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우상론을 되씹게 하는 지적 미스터리.

 

 

■'소름'(로스 맥도널드, 동서미스테리북스, 2003년)=하드보일드의 '완성형'으로 불리는 로스 맥도널드의 걸작. 사립 탐정 루 아처가 발견해낸 진실은 그야말로 소름끼친다.

 

 

 

■'철학적 탐구'(필립 커, 책세상, 2003년)=잠재적 범죄자를 방지하기 위해 롬브로소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코드명을 가진 사내가 범죄자들을 살해하기 시작한다. 살인의 철학적 의미를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

 

 

너무 짧아 아쉽다면 …

'긴 호흡 긴 재미' 시리즈물

추리소설을 시리즈로 만나는 것은 독자나 작가에게나 모두 이익이다. 추리소설에서 탐정이나 형사의 캐릭터는 가장 중요한 매력의 하나다. 시리즈물을 본다는 것은 이미 매혹된 그의 매력에 기꺼이 다시 빠져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셜록 홈스나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을 집어들면 익숙한 기대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동시에 피어난다. 작가로서는 캐릭터에 투여할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온전히 사건과 트릭 자체에 몰두할 수 있다. 단 캐릭터의 매력에만 기대어 안이한 작품을 쓴다면 아무리 매력적인 탐정도 금방 세월의 먼지 속에 묻혀버리고 만다.

퍼트리샤 콘웰의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노블하우스)는 과학적이면서도 스릴 넘치는 현대 추리물의 면모를 보여준다. '법의관'을 시작으로 '흑색수배'까지 10권(앞으로 3권이 남았다)이 나온 스카페타 시리즈는 독특하게도 여성 법의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미 TV에서는 'CSI 과학수사대'를 시작으로 'NCIS''BONES'등 유사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법의학 증거를 통해 철저하게 과학적인 분석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수사물이 대세다. 1990년에 발표된 '법의관'은 그 경향을 미리 예고했다. 생생한 부검, 각종 잔류물 검사, DNA 감정, 해킹 추적 등 과학수사 과정을 통해 기자 출신이자 버지니아 주 법의국 소속의 컴퓨터 분석관으로 일하며 600여 회의 부검을 참관했던 작가의 살아 있는 경험을 만날 수 있다. 'CSI 과학수사대'의 생생한 부검이 다소 부담스러웠다면 여성이 수사의 주체로 활약하면서 내면의 불안과 싸워가는 스카페타 시리즈는 탁월한 선택이다. 현장 수사 담당의 형사 피트 마리노와 범인의 심리와 행동을 예측하는 프로파일러 벤턴 웨슬리가 섹시하면서도 명석한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와 협력하고 부딪치며 하나의 팀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시리즈를 통틀어 지금까지 국내에서 30만부 가량 팔린 인기작이다.

스카페타 시리즈와 쌍벽을 이룰만한 것으로는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노블하우스)가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본 컬렉터'로 시작해 '코핀댄서' '곤충소년' '돌원숭이' 등 4권이 나왔다. 주인공은 탁월한 법과학자였지만 사고로 척추를 다쳐 거의 전신불수가 된 링컨 라임. 그가 현장에서 수족처럼 움직이는 아멜리아 색스 경관과 콤비 플레이를 전개해 교활하고 지능적인 연쇄살인마들을 붙잡는 이야기다. '안락의자 탐정'의 변주라고도 할 수 있는 라임은 철저하게 증거물에 기반을 둔 과학적 논리를 전개해 범인의 의중을 감지하는 현대적인 명탐정이다. '스릴러물'이라는 장르의 규정에 딱 맞는, 대단히 빠르고 긴장감 넘치는 스타일이다.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 시리즈(해문출판사)는 어렸을 때 추리소설을 좀 읽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멀어졌던 독자가 재도전할 만한 작품이다.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으로 시작된 모스 경감 시리즈는 현재 4권까지 나왔고 13권 전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냉철하고 폭력적인 요즘 형사들과는 달리 모스 경감은 약간 푼수끼가 있는 인간적인 인물이다. 개인적 호기심으로 사건에 매달리고 미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그릇된 추리로 우왕좌왕하기도 한다. 그의 '평범한' 활약을 보면 치밀하고 스피디한 현대 스릴러물과 달리 편하고 다정한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북하우스)는 이미 문학성까지 검증받은 현대 추리물의 걸작이다. 거칠고 강인하지만 자신의 방식대로만 움직이는 필립 말로의 캐릭터는 이후 미국 탐정소설의 전형으로 자리잡았다. 진실을 추적하려 하지만 결국은 환멸만을 발견하는 말로의 모습은 현대인의 고독과 불안을 상징하고 있다. '빅 슬립'부터 '기나긴 이별'까지 총 6권을 통해 강인했던 말로가 나이가 들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lotusid@hotmail.com

너무 끔찍한 게 싫다면 …

소소한 일상사건 추적

'코지 미스터리'가 딱

추악하고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끔은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어진다. 그 때 읽을 수 있는 좋은 추리소설이 바로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다. 어차피 살인사건 아니냐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코지 미스터리는 작은 소도시나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상 속에서 우연찮게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통해 인생의 아이러니와 우화를 유쾌하게 전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코지 미스터리의 전형이다.

조앤 플루크의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해문출판사, 2006년)은 작은 마을에서 빵집을 경영하는 한나 스웬슨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자신의 쿠키 조각 때문에 사건에 개입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해결에 이르는 이야기다. 스웬슨은 미스 마플처럼 모든 것을 꿰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처럼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실마리를 하나씩 얻어가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간다. 해외에서는 꽤 인기가 좋아 8권의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의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시리즈(북앳북스)는 이색적으로 아프리카에서 활약하는 여성탐정 음마 라모츠웨가 주인공이다. 서른다섯살난 뚱뚱한 몸매의 음마가 뛰어드는 사건은 살인이나 유괴 같은 잔학한 범죄가 아니라 실종된 남편 찾기, 보험사기 폭로하기 등 소소한 사건이다. 이게 무슨 탐정이야,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계속 읽다보면 어느 순간 너무나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아프리카의 대지를 느끼게 하는, 단순하면서도 다정한 느낌의 추리소설이다.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기린의 눈물'(2004년)'미인의 가면'(2006년)등 3권이 나왔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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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김승욱 옮김 / 에코리브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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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시험기간, 아무리 간절히 바래도 시간은 더디게만 흘러가는 것을 누구나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시계 바늘이 '째깍'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간격은 고정되어 있건만, 그 고정된 시간이 때론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하고 또 때론 아쉬움에 입맛을 다셔야만 할 정도로 줄어들기만 하는 까닭은 왜일까?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10대에게 있어서 인생의 속도는 시속 10km/h 이고, 20대에게는 20km/h,... 이런 식으로 인생의 속도는 빨라진다던... 시간을 둘러싼 많은 의문들을 해결해주지 않을까 싶어 집어든 이 책에서는 시간 그 이상의 심오함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인간의 뇌처럼 견고하면서도 허술(?)한 존재도 아마 없으리라. 의학이 발달하고 이제는 뇌의 어느 부분이 무엇을 담당하는지, 어디에 이상이 생기면 어딜 어떻게 치료해 주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뇌는 복잡하기만 하다. 왜 특정 장애가 발생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을진 몰라도, 그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인간은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손가락을 돌리며 문장을 적어나가는 나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이 나의 뇌이지만, 고도의 사고력을 지닌 듯하면서도 가끔씩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유치한 실수를 하는 것 역시 나의 뇌이다. 숱한 지난 경험들을 차곡차곡 저장했지만, 막상 현실에서 뚜껑을 열어보았을 때 그 선명도는 현저히 떨어지다 못해 때론 정말 잊고 싶지 않았던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제발 잊었으면 싶은 것만을 취사선택한 것 역시 나의 뇌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뇌에 대한 것이 아닐까? 지능이 낮고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듯한 사람들에게 허락된 단 한 가지의 재주 역시 뇌로부터 야기된 것이고, '데자뷰'라 불리는 현상을 둘러싼 의문 역시 뇌의 작용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그 신비감을 잃을 테니 말이다. 모든 일을 기억하되, 순차적으로 기억토록 명령하는 것도, 특정 기억에 대해서 유독 지독할 정도로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 역시 뇌가 아닐지...

어린 시절, 모든 것은 처음 경험하는 낯선 것이기에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은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듯 느껴진다는 이야기. 그것은 뇌의 착각일까 아니면 새로운 것을 보다 많이 접해 인간 세상에 빨리 적응하라는 뇌의 배려일까? 죽음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어떠한 신체적, 물리적 충격보다도 강하게 다가온다는 환희의 빛, 죽음마저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던 그 순간은 마지막까지도 자아를 보호하려는 뇌의 본능일까 아니면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이 그제서야 뇌의 상실된 통제력을 뚫고 발현된 것일까?

사진 속 비슷비슷한 표정을 하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남자와 여자, 그들을 통해 내가 느끼는 시간의 의미가 이미 오래 전 고인이 되어버린 사진 속 인물들에게도 같은 의미였을지, 이미 노인이 되어버린 화가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면서 굳이 지금 아닌 과거, 젊었던 어느 시절을 선택했던 까닭은 무엇일지 그리고 어린 왕자를 기다리는 여우에게도 기다림의 시간은 그토록 길기만 했을지 등등...
수많은 질문들을 던지는 독서의 과정은 실로 많은 시간을 내게 요했다. 그만큼 심오하고도 난해한, 뇌에 대해 그리고 시간에 대해 묻는 작업은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해 묻는 작업과 같지 않았나 싶다.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나의 시간은 앞으로 어떠한 속도로 흘러갈 것인지 혹은 나의 뇌가 그 시간의 속도를 어떻게 인지할 것인지... 시간 속에서 뇌를 가지고 살아가는 나로서는 어쩌면 영원히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으리라.

또 다시 아침이 시작했다. 오늘은 어떤 속도로 하루를 살게 될까? 그 속도가 빠름 혹은 느림이 되었건 간에, 그 순간들을 내 소중한 기억들로 채우는 것만은 나의 몫이길... 아무리 시간이 빠르거나 혹은 느릴지라도,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인간, 즉 우리 자신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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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12월 내맘대로 좋은책!


 
"올해 가장 주목했던 두 사람, 래리 보시디와 램 차란"
 
현실을 직시하라
래리 보시디+램 차란 지음, 정성묵 옮김 / 21세기북스
 
편애하는 몇 안 되는 경영서 중 한 권인 <실행에 집중하라>, 그 저자들의 신간은 전작만큼이나 나의 편애를 받기에 충분하다. (사실 받았다.) 경영서는 이래야 함을 보여주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설명, GE 부회장을 지냈다는 경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탁월한 통찰력은 이 책을 소장해 두고 몇 번씩 읽어보기에 충분한 이유를 준다.
 
하지만 이 책의 백미는 역시 제목에 있다. '책제목을 음미해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라는 생각을 들게 했던 전작만큼이나 이번 책의 제목 또한 멋진 '현실을 직시하라'다. 시오노 나나미도 <로마인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하지 않았던가. 몇 번을 곱씹어보며, 나는 현실을 외면한 채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생각이다.
 
아, 멋지다. 이로써 올해 총 3권의 책을 (한권은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다) 나의 경영서재에 추가로 꽂아두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총 8권. 경영서가가 수는 적지만 알찬 책으로 점점 채워지고 있다.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원래 다른 음반을 선정했었는데..."
 
Dream Theater - Live At Budokan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 연주 / 워너뮤직코리아
 
원래 꼽았던 음반은 이게 아니었다. 나름대로 되게 진지한 글을 하나 적어놓았었는데... (이 코너를 쓰는 다른 편집자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좋은 음반이 나오면 여기 소개할 것을 미리 고민하고, 코멘트도 미리 써놓는다.) 그런데 11월의 마지막날 오전 도착한 한 장의 앨범이 한 달간의 고민과 생각을 한번에 날려버렸다. 바로 여러분이 보고 계신 드림 씨어터의 부도칸 라이브!!!
 
수입판과 동일하게 3단 디지팩으로 발매된 이번 앨범은 뭐... 할 말이 없다!!! 바로 그냥 확 뛰쳐나가서 미친듯이 흔들고 발악하고 싶다. 몸 구석구석을 강렬하게 두들겨대면서 나를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구만!!! 오오오!!! 어찌 이들은 가면 갈수록 더 좋아지는지... 내년에 신보를 낸다는 기쁜 소식 또한 곁다리로 들어 지금 기분이 만땅 좋다! (소문에는 워너가 그다지 홍보를 해주지 않아서 계약이 종료되는 마지막 한 장을 예정보다 빨리 낸다고도 하던데. 흠... 모르겠다, 일단 내기나 해라!!!) 어찌되었든, 여전히 내 몸속에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구나 하는 걸 화끈하게 실감하게 해 준 드림 씨어터에게 11월 내 맘대로 좋은 음반 자리를 건네준다. 이제는 국내에 발매되지 않은 부도칸 라이브 DVD를 구매하러 갈 차례... 기다려라~~~ 하하하!!!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파이의 반전, 파이의 선전, 파이 화이팅!"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몇번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정말 좋아하는 책인데, 정작 입밖으로 내어 할 수 있는 말이 거의 없는 경우가 있다. 이 소설도 그렇다. 그저 솔직하게, 짧게 말하자. 어린 소년(파이)이 사나운 호랑이와 함께 227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한 이야기.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다가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 잃고, 언제 자기를 해칠지 모르는 호랑이와 공존 아닌 공존을 하면서도, 끝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한 소년의 이야기라니. 매혹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3일에 끊어 읽었다. 사실 끊어 읽는 독서는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소설의 경우. 3부로 나뉘어진 이 책의 1부는 예상 외로 길다. 태평양에 홀로, 아니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난파한 이야기는 100여 페이지가 넘어가야 비로소 등장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지막 3부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알지 못했다. 그저 재미있네, 흠. 이러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머리를 감다가 깨달았다. 아, 바로 그런 내용의 소설이었구나! 뒤통수를 퍽 얻어맞은 느낌(사실 아직도 얼얼하다). 이 소설의 구성이 의미하는 바,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라는 말의 의미. 살면 살수록 쉽지 않다는 걸 실감하는 우리네 삶을 지탱하는 '무엇'의 의미. 그러니까 희망, 혹은 이야기의 기능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책을, 소설을 계속 읽는 이유. 뭐, 이런 것들에 대한 선명한 깨달음이랄까. 아주 수월하게 빠르게 읽히면서도 그 안에 삶이 있다. 역시 정말 훌륭한 작품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씌어지는 법이다. 새삼 생각한다. (알라딘 입사 후 내 마음을 뒤흔든 몇 권의 책 중에 차오원쉬엔의 소설과 <내 생애의 아이들>이 있었다. 결국 또다시 소년(들)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오랜만이다. SF를 읽으며 인식의 변화, 아, 세상을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란 것은. 이야기는 단단하고, 구성도 흠잡을 데 없다. 한눈 팔지 말고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지적 충만감을 느낄 수 있는 책. (공대생 개그 중에, '정의'라는 단어를 들으면 문과생은 'justice'라는 영어단어를 떠올리고 공대생은 'definition'을 떠올린다는 예가 있다. 정말 그렇다. 전형적인 문과생인 나로선 '네 인생의 이야기' 중 페르마의 최단시간의 원리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오, 이런 식의 인식이 가능하군, 하며 놀랐다. 과학과 종교가 잇닿을 수 잇는 지점이 무엇인지 얼핏 알 것도 같다.)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기차가 달리는 한, 그들은 살아남는다"
 
설국열차 1 자크 로브+장 마르크 로셰트 지음 / 현실문화연구
설국열차 2.3 뱅자맹 르그랑+장 마르크 로셰트 지음 / 현실문화연구
 
일본만화처럼 아기자기하고 단정한 선이 아닌, 다소 거칠고 예술적으로 난해한(?) 느낌을 주는 유럽만화는 국내에서 그다지 각광받는 편은 아니다. <설국열차> 또한 대표적인 유럽만화로 총 2권으로 되어 있다.
 
기후무기로 인해 파괴된 지구에 빙하기가 닥쳐와 생명체의 생존이 위협받는다. 살아남는 방법은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판 노아의 방주, 설국열차가 만들어지고 만화는 이 안에서 벌어지는 차별, 인간의 존엄성, 이기심을 중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1권의 시나리오 작가는 SF 시나리오계의 대가 자크 로브. 장 마르크 로셰트는 애초 그와의 작업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그려나갔다. 그러나 1권을 그린 직후 자크 로브가 타계, 별 수 없이 공백기를 두던 중 또다른 작가 뱅자맹 르그랑과 2권을 완성하게 된다.
 
시종일관 암울하고, 게다가 확실히 보기 편한 그림체는 아니다. 그러나 읽은 직후 사람으로 하여금 단 몇 분 동안이라도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만화이다. '열차'라면 그저 꿈과 환상의 만화 '은하철도 999'만 떠올리던 시절은 이제 서서히 지나가는 모양이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내 인생의 책, 한 권 추가요!"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 작가정신
 
표지만 봐도 흐뭇한 책 <파이 이야기>. 11월에 읽은 책 가운데 이에 대적할 경쟁작은 없다! 태평양 한가운데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남겨진 파이의 모험담 자체로도 더할 나위 없이 흥미진진 하지만, 이 책의 힘은 마지막의 기막힌 반전(?)에 있다. 책이 제시하는 다른 버전의 이야기. 희망과 절망, 삶과 죽음, 소통과 단절... 세상에 존재하는 이분법적 가치들을 정확하게 나눠세우는. 어느 이야기를 믿을지는 당신 마음. 그래서 이 책은 희망과 절망, 삶과 죽음, 신의 존재와 경이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결국은 당신의, 나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문단 하나. "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점을 보면 난리라도 난 것처럼 군다. 얼굴을 붉히고 숨을 몰아쉬면서, 화를 내며 말을 쏟아낸다. 이런 자들은 겉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신을 옹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분노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는 걸 모른다. 바깥의 악은 내면에서 풀려나간 악인 것을... 선을 위한 싸움터는 공개적인 싸움장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에 있는 작은 공터인 것을."
 
희망, 삶, 믿음, 신, 경이로움, 우주의 신비, 생명... 그것들은 마음 속으로 옹호해야 한다는 사실. 그것들은 각자의 마음에 있는 작은 공터에 심은 나무라는 것. 물을 주고 볕을 쪼여 키워내야 할 나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절실하게 생각한다.
 
사회.역사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이 동화!"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
짐 크노프와 13인의 해적
미하엘 엔데 지음, 프란츠 요제프 트립 그림, 선우미정 옮김 / 길벗어린이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기쁨, 감동, 설레임, 흥분이 아직 생생하다. 읽고 읽고 또 읽었던 이 동화, 그간 <기관차 대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반쪽의 이야기만 출간되고 있어 못내 아쉬웠는데, 예전 모습 그대로 만나게 되어 다시 한번 감격, 또 감격!
 
<모모>, <끝없는 이야기>의 작가 미하엘 엔데의 데뷔작품이다. 주제의식 면에서는 유명한 두 작품처럼 심오하지 않다. 하지만 훨씬 발랄하고 즐겁고 신나고 유쾌한, 상상력 가득한 동화. 상상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흔치 않은 책이라 읽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늙고 변했으나 책 속의 그들은 그 모습 그대로이니 그 또한 내게 기쁨이 아니겠는가.
 
인문.예술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족 - 아키라, 수우, 노조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1 
오자와 마리 지음 / 서울문화사
 
이번 달은 개인적인 일이나 업무적으로나 엄청 바빴다. 왜 '내 맘대로 좋은 책' 안식월이나 이번 달은 '내 맘대로 좋은 책' 안 써도 되는 조커가 없냐고 궁시렁거렸지만, 칼 같은 마감에 점점 "나는 냈어요~"... 나는 주변의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이번 달에는 무슨 책을 읽었고, 감동받았는지를 짜내기 시작한다.
 
바닥까지 기어가도 책이 없다. 이럴 수가. 명색이 인터넷 서점 편집자면서도, 한달 내내 그 책더미에 둘러 싸여 있으면서도, 가슴을 찌잉하게 울릴 그 한 권을 찾지 못했단 말인가..하고 좌절할 찰나 이 책이 짠 하고 나타났다. 사실, 약간은 반칙이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이미 몇 년전에 나온 만화로, 아쉽게 절판되었다가 이번에 새롭게 애장본으로 나왔다. 종이질이 조금 좋아졌고, 번역도 약간 손을 본듯 하다. 이 작품을 뭐라 설명해야 할까? 좋아하는 작품일수록 왜 좋은지를 이야기하기가 참 힘들다. 구구절절 사설 쓰지 않으련다.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우동국물이나 군고구마같은 만화다. 소박하면서도, 가끔씩 사정없이 찌잉하게 하는 미혼모 수우와 그녀의 씩씩한 딸 농농의 이야기를 보면서 힘을 얻는다. 아자!!
 
어린이담당 류화선
(yukineco@aladin.co.kr)
 
 
"벌써 겨울"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 행복한책읽기
 
만약 시간이 나서 <파이 이야기>를 읽었다면 바뀌었을 수도 있다. <파이 이야기>는 번역되기 전부터 기대기대하던 소설이다. (친구들과 도대체 그 파이는 사과파이의 파이냐 3.14...의 파이냐? 궁금해하곤 했다.) 그런데 사정이 있어 테드 창의 단편집부터 읽게 되었으니, 이 역시 수년 전부터 귀가 닳도록 명성을 들어온 터이고, 과연 수록 단편들의 명성은 하나도 헛되지 않도다! 누구나 쉽게 잡아들어지지 않는 분야의 책이 있거니와, SF도 장벽이 높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 그러나 이 책은 그렇게 놓치기엔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또 바빴던 11월엔 유독 일본가수들의 노래를 많이 들었다. 하나같이 라이선스되기 전에 어찌어찌 구한 음반들이 저가에 발매되어 배가 아픈 경우였는데, 차라의 이 앨범도 마찬가지. 나카시마 미카의 곡을 번안한 박효신의 노래가 히트를 치는 현상도 내게는 신기할 따름인데, 좋은 것은 이렇게 섞이고 풀리고 하면서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점을 나는 믿는다.
 
편집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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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8월 내맘대로 좋은책


 
알라딘 편집팀이 2004년 12월을 마지막으로 감감무소식이었던 '내맘대로 좋은 책 그리고 음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아무 일 없던 듯 조용히 재개하려 했지만 인사조차 않는 건 너무 능청맞겠지요. 한번 바쁘다고 넘어가니 서로 눈치만 보면서 계속 그렇게 되더라,는 게 변명입니다.
 
반년간의 좋았던 책과 음반과 영화를 돌이켜 적어보니 새록새록 떠오르는 생각들에 지나간 시간이 뿌듯하게도 여겨집니다. 이우일씨가 <옥수수빵파랑>에서 권한대로 일부러 멈춰서서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는 일, 역시 즐겁군요.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의 마음에도 어떤 책들 떠오르고 있는 중일까요? ^-^
 
 
"설렁설렁.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상반기 결산을 맞아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을 쭉 소개해 드릴 계획이었는데... 무슨 책을 읽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마도 더운 날씨 때문인듯 싶습니다. 뒤척이며 잠 못 드는 밤이 많았더니 머리가 멍한 느낌입니다. (늘 TV에서 한강 둔치까지 나가 잠을 자는 모습을 보며 오죽하면 저럴까 했는데, 올해 톡톡히 '잠 못드는 열대야(熱帶夜)'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영서 읽기도 여름이면 방학을 맞이합니다. 아무래도 신경 곤두세우고 의미를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 경영서다 보니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대신 설렁설렁.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그런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부담 없는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문학책도 많이 읽고. 예전에 한번 읽었던 여행서들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문학책이 '안 읽어도 그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괴짜경제학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닷컴
 
주말에 시간이나 보낼 겸 꺼내들었던 <괴짜경제학>과 <서른살 경제학>은 의외의 수확이었습니다. <괴짜경제학>은 주제 선정의 '괴짜'스러움과 이국적인 표현에 왠지 모르게 첫 부분은 꺼끌꺼끌한 밥을 씹는듯 했지만, 그 고비만 넘기고 나니 (그런 표현 스타일에 익숙해지니) 속도감 있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정말 특이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에 일조한 책이기도 합니다. '경제학'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지만, 한번쯤 독특한 재미를 느끼기에는 나쁘지 않은 책입니다.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지음 / 인물과사상사
 
<서른살 경제학>도 허름한 표지로 알짜배기를 감추고 있는 겸손한, 그래서 잘못하면 안 읽고 그냥 지나칠 뻔 했던 책입니다. 고령화 시대에 걸맞는 재테크 방법에 대해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만으로도 큰 수확입니다. 읽다가 좀 아찔하기도 했습니다. 십삼 년 후 제가 40살이 되었을 때도 제가 중간 나이에 약간 못 미친다고 하네요. (40을 먹었는데도 인구의 반 이상이 저보다 나이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아직도 날씨는 덥고 방학은 계속됩니다. 날씨가 좀 선선해지면 그때 지금 받아두었던 책들을 꺼내 읽어야겠네요.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2005년 상반기 나만의 베스트"
 
알라딘에서 상반기 주문한 건수는 총 30건. 금액은 1,659,000원. 이 주문 중, 그리고 이리저리 알게 된 많은 작품들 중 나의 상반기 베스트!
 
1> 음반 : 실비 바르땅의 베스트 앨범
2> DVD : 달콤한 인생 감독판
3> 도서 : 옥스퍼드 세계 영화사
4> 화장품 : 뉴 르파 겐조 뿌르 옴므 오드뚜왈렛 향수
 

 
화장품은, 많은 것 중 향수를 선택했다. 원래 주로 쓰는 것은 아르마니나 폴로, 불가리였는데 겐조를 우연한 기회에 선물받게 되어 요즈음 즐겁게 뿌리고 다니고 있다. 가벼우면서도 상쾌한 느낌이 괜찮다. (전에 쓰던 것들이 좀 무겁고 힘있는 느낌이어서인지, 더 끌리는지도.)
 
도서는, 뭐 책을 그리 읽지 않는 것도 있지만, 별로 고민하지 않고 선택했다. 다 읽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이 정도 꼼꼼한 영화사 책을 근래 보기 힘들었다는 점. 그리고 튼튼한 마무리 등 외적인 부분까지 만족스러웠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DVD는, 역시 별다른 고민이 없이 선택했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만 두 번을 본 작품으로, 감각적인 화면과 멋진 음악 등등 이른바 '간지' 가 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당연히 나오자마자 DVD를 주문했고, 매일 밤마다 어루만지면서 흐뭇해하고 있다.
 
음반은, 사실 조금 더 고민해보면 다른 앨범을 집어들 수도 있을 테지만, 비오는 수요일 오후에 딱 떠오른 앨범이 바로 실비 바르땅이었다. 샹송 앨범이라고 지레 던지시는 분도 있겠지만 '유럽' 이라는 단어에 까닭모를 흥분을 느끼신다면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듣다보면 파리의 수많은 거리들이 바르땅의 힘있고 열정적인 목소리에 하나하나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시기적으로는 30년 가까운 '음악인생'을 담은 덕에 프랑스 대중음악의 다양한 단면을 시공을 초월해 느껴볼 수도 있다.
 
지금 이 앨범은 CD로, ipod의 파일로, 노래방 레퍼토리(연습 중)로, 다른 가수가 부른 동일 곡의 앨범 구매로, 제인 버킨 등 명 샹송 아티스트들의 박스 장바구니 담기 등으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정말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듣지 못했을 음반. 새삼 알게 된 것이 기쁘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2005년 상반기, 한국에서 출판된 최고의 외국 소설"
 
바람의 그림자 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상반기 최고의 소설은 단연 <바람의 그림자>였다. 근래 외국에서 무슨무슨 상을 수상하고, 세계 몇십개 국에서 몇개 언어로 출간 예정이며, 100만 부 정도야 가볍게 팔아치웠고, 영화로 제작 중이거나 제작 예정이며, 누구누구 유명 작가가 격찬했다는 소설이 너무 많이 나온 탓에, (헉헉) 웬만한 수식엔 마음이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바람의 그림자>는 "2001년 스페인에서 출간된 직후 101주 동안 베스트셀러 상위에 머물렀으며,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30여 개 국에서 20개 국어로 번역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소설. 아마존닷컴에서 단시일 내에 100만 부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스페인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00년 스페인 '페르난도 라라 소설 문학상' 최종 후보작, 2002년 스페인 '최고의 소설', 2004년 프랑스에서 그해 출판된 '최고의 외국 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다"라는 소개글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멋진 소설이다.
 
이 책의 내용을 뭐라 설명해야 할까. 한 소년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오래된 헌책방에 가게 된다. 거기서 '자신만의 책' 한 권을 얻게 된 소년은, 그 책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아픈 운명에 얽혀 들어간다. 내부에 수많은 미니어처를 담고 있는 '러시아 인형'같은 이야기. 책의 운명과 저주에 대한 소설처럼 시작했다가 추리소설인가 갸웃거리게 하고, 사건 속에 스페인 내전의 그림자가 가득 드리워져 있되 결국엔 죽음도 가라놓을 수 없었던 어떤 연인들의 이야기로 마감된다.
 
인물들의 운명은 소년과 책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한번 반복되고 또 변주된다. 인생이란 결국 그러한 것. 반복과 변주를 통해 생은 조금씩 빛깔을 달리하고 아름답게 채색된다. 그때 그들 사이에 오가던 감정, 각자의 사연을 그 누가 온전히 되살릴 수 있을까. 소년은 흩어졌던 지난 인생의 조각들을 모으고, 그 과정을 통해 어른이 된다.
 
풍성한 내러티브, 경쾌한 전개, 지적이면서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다. 주변에 권해준 모든 이들 중 단 한 명도 실망했다 말하지 않은, 추천도 100%의 멋진 작품이다. 지극히 복고적이고 낭만적이며, '매혹'이라는 단어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매력적인 소설. (책을 다 읽고 나면 전쟁 중에도 도시에서 꽃을 팔았다던 낭만의 도시 바르셀로나에 가고 싶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 p.s. 2005년 상반기에는 이른바 '저주받은 걸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재간되어 많은 이를 기쁘게 했다. 최고의 코믹 SF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재출간되었으며, 고려원에서 나왔던 미하엘 엔데의 훌륭한 단편집 <자유의 감옥>과,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가 출간됐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이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란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들을 찾아 헤매던 많은 사람들이 기뻐할 만한 소식. (그러나 유감스러운 건 지금까지의 예를 볼 때, 이렇게 재출간된 책들의 스코어가 썩 좋지많은 않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이 지나치게(!) 많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이 여름이 지나면 가을엔 또 어떤 멋진 책이 나올까, 기대 반 걱정 반 가슴이 설렌다. (요즘엔 매일 추리소설만 읽어대서 정신세계가 날로 각박해지고 있다.;;)
 
문학.예술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오랜만입니다"
 
그와 달 1
이케미 료 지음 / 학산문화사
 
뜬금없이 찾아온 '내맘대로 좋은 책'. 정초 이후 마음 속으로 '언젠가는 써야 해'와 '잊자!' 무리가 끊임없이 싸웠다. 현실에 승복하고 주섬주섬 책을 챙겨보니, 의외로 이번 달에 건진 만화책이 몇 권 있어 다행이다.
 
이케미 료는 국내에서 그다지 대중적인 작가는 아니다. <장미빛 내일>, <내가 있어도 없어도>와 같은 대표작을 꼽아도 아는 이는 드물다. 2권까지 나온 <그와 달>은 <허니와 클로버>의 신선한 명랑함과 <이씨네 집 이야기>의 대가족 구도를 70:30정도로 버무렸다. 거기에 종종 등장하는 수선스럽기 짝이 없는 가족의 컷은 <니아 언더 세븐>의 괴기스러운 수다와도 연결된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해 요즘 보기 힘든 대가족이 다다미방이 깔린 구식주택에서 살아간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개성이 뚜렷하지만 이야기의 무게는 분명히 젊은이들에게 쏠려 있다. 자신을 좋아하던 회사동료가 투신자살한 이후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어두운 분위기의 장남, 무뚝뚝하지만 매력적인 장녀 히로노, 남에게 사랑받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좋아하는 차녀 호노카. 이들이 각각의 짝과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한여름에 읽어도 기분좋은 따스함이 느껴진다.
 
2권까지 나온 터라 성급한 결론은 어렵겠지만, 전작과 비교해 좀 더 짜임새가 있는 만화다. 다만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도 많고 각자의 에피소드도 다양해 집중도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라는 것. 늙어서 면역부전에 걸렸지만 여전히 귀여운 고양이 나폴레옹도 매력만점! (2권 표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마키아벨리와 그의 친구들"
 
내 맘대로 좋은 책 제2의 창간을 기념하며 여기에 어떤 책을 가져올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 단지 제목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나 <끝나지 않은 길>, <돌아온 젖소 블라섬>에 잠시 혹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이 영광스런 자리에 아무 책이나 모실 수는 없는 법, 고르고 고른 끝에 2005년 여름을 함께 한 '마키아벨리와 그의 친구들'(맘대로 지은 시리즈명)을 이 자리에 모신다.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 옮김 / 까치글방
 
우선 <군주론>. 태도가 냉정하면서도 이상을 위해 행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고전이다. 마키아벨리의 현실 인식에 감탄하거니와 군더더기 하나 없는 치밀하고 간결한 표현력에도 매력을 느낀다. 책장 구석에 있던 책을 꺼내 책상 위 책꽂이에 모셔두었다면 얘기 끝.
 
 
新군주론
딕 모리스 지음, 홍대운 옮김 / 아르케
 
다음은 <新군주론>. 1996년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이 중도적 노선을 취해 재선에 성공하도록 전략을 짠 정치 컨설던트 딕 모리스의 책이다. 서문부터 눈길을 확 휘어잡는다.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만약 미국 정치인들이 진정한 현실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고 자기 이익을 추구했더라면 오늘날 정치인들이 당파 싸움에 몰두하지 않았을 것이고, 대신 훨씬 더 깨끗하고 바람직한 이슈 중심의 정치가 뿌리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고로 이 책의 주제는 '진정한 현실주의적 사고방식'이라는 말씀! 미국 정치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딕 모리스의 통찰력이 빛나는 책이다. 당위며 도덕적 우월성에 기댈 생각을 버리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전략을 세우라 하신다.
 
 
피도 눈물도 없이 경영하라
로브 라케나워, 조지 스토크 지음, 김원호 옮김 / 북앳북스
 
마지막 책은 <피도 눈물도 없이 경영하라>. 세상에는 두 가지 기업이 있다. 1. 적당한 수준의 실적을 내고 신사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기업 2.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극한의 노력을 기울여 결국에는 승리하는 기업. 이 책은 후자를 선택한 이들 즉, 하드볼 플레이어를 위한 일종의 지침서다.
 
경쟁이란 원래가 흥미있는 주제이며, 이기는 일이란 아무리 초연한 듯 굴어도 결국은 흥분되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을 지키며 얻는 승리란 얼마나 멋진가. 책은 괜한 자존심 세우느라 정작 지킬 것을 잃지 말고, 당당하게 싸워서 멋지게 이기라며 꼬시고는, 몇 가지 팁을 알려준다. 어떤 내용에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어떤 내용에서는 '이건 좀 심한거 아니냐'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 p.s. 쓰고나니 어째 분위기 살벌. 그러나 본인은 평소 휴머니즘을 주창하는 사람이며 <아름다운 가치사전>이나 <쨍한 사랑 노래> 같은 책들을 더 열심히 읽는 사람임을 밝혀둔다.
 
인문.사회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내맘대로 좋은 책'을 다시 시작하자고 서로의 결심을 다진 지 어언 몇 달. 이번 달에는 하나 둘씩 동료들이 진짜로 책을 정해내기 시작했다. 어이구 어이구 배신자 나빠 미워... 투덜거리는 사이 나만 남았다(알고 보니 막판역전에 성공하긴 했다 ^^). 게다가 팀장님은 한 권을 뽑든 두 권을 뽑든 신간을 고르든 구간을 고르든 마음대로 하라신다. 너무해요, 저는 원래 본성이 소심하고 우유부단하여 결정에 약합니다요. ㅠ_ㅠ
 
너무 멀리까지 생각했다간 수렁에 빠질 게 뻔하다. 근래 어떤 책 덕분에 즐거웠더라? 그래, 보름 전쯤 일과 시간에 몰래 <노다메 칸타빌레 12>를 읽다가 불의의 장면에 기습당하고 꽥꽥 소리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은 끝이 아니다. 치아키 님 제게 돌아오세요! ♡♡♡
 
 

 
상반기 내맘대로 좋은 동화는 역시 <헨쇼 선생님께>. 마음이 자란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지난 모든 실패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도 다시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도 좋았다. 여성의 권리에는 목소리를 높여도 엄마의 권리에는 무심한 나, 진심으로 반성한다. <악마와의 계약>은 무척 강렬했다. 과녁을 향해 직진하는 티에리 르냉의 글쓰기가 좋았다. 이 책의 표지는 빨간색 밖에 될 수 없으리라.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JD, <달님 안녕>이야말로 최고였지요? ^^
 
어린이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올해의 첫 매미 울음, / 인생은 / 쓰라려, 쓰라려, 쓰라려"
 
바람의 그림자 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한 명의 동료를 떠나보냈다. 고개를 들어보니 계절은 늦여름이다. 반년간 읽은 책을 궁리하다가 <바람의 그림자>를 꺼내들고 가만히 바라본다. 이 책에는 향기가 있어서 지금 주인공들의 운명은 다 잊었을지라도 향기만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운명, 우연, 사랑, 인생, 고통을 낭만으로 견디는 것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인생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고통까지 자초하는 인간들에게는 운명이나 시대가 친구인 셈이다. 어떤 리뷰어께서 "소설과 원수지지 않았다면 읽어보라"고 하셨는데 정말이다. (혹자는 지나치게 영화 시나리오 같다고 평하기도 했지만 좌우간) 그 어떤 이야기가 기척을 알리며 읽는이의 마음에 접어드는 것은 대단한 일. 묘하게 후각적인 이 책은 소설 읽는 재미를 상기시켜준다. (편집자 모씨는 책을 읽고 이상형이 '페르민'으로 바뀌었다고 토로하셨도다. 그이가 잊지 말라고 내가 여기 적어둔다.)
 
올 여름을 화끈하게 총정리해준 것은, 그런데, 주간지인 '한겨레21' 8월호 별책부록 '추리소설 가이드'다. 일부러 주간지를 사볼만한 재미가 있다. 아아 어느새 저 매미 울음 부쩍 시끄러운 것은 가을이 올 신호인가.
 
편집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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