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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선 저 일본이 신기루처럼 보인다 - Japan Animation, 써드아이 컬처북스
최석진 지음 / 열음사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역시 내가 일본인이 아닌 이상 자격 여부도 있고, 약간은 주제넘은 짓 같아서 참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너희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노라,라며 이책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든다...
우리에게 그들의 성취가 신기루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건, 그들이 신기루 위에 탑을 쌓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신기루를 보는 듯이 희미한 정도로 밖에 알지 못해서가 아닐까? 지금껏 정말 냉철하면서도 공평하게 일본을 해석하는 책을 본 일은 정말 드물었다. 그래서 이책이 반갑다. 우리가 일본이라는 신기루를 가지고 있다면, 일본은 전쟁이라는 신기루를 가지고 있다.
전쟁을 겪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전쟁의 피해국이라는 정서 때문에.
<반딧불의 묘>를 읽으면서 굉장히 동요하고 눈물 흘리면서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그때는 그게 뭔지 몰랐는데, 책에서 말해주었다. 그건, 전쟁 피해망상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그들이 스스로에게 느끼는 온전한 동정심이었다. 일본이 전쟁 발발국임을 알고 있는 내가 보기에는 부당한 감정인데... 그런데 그들은 정말로 자신들을 위해 유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게 애니에서 느껴졌다.)
애니에서 그들이 결코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만으로는 전쟁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공정하다고는 할 수는 없다. (물론이다) 그럼에도 잘 만든 영화에 대한 존중감과 영화가 풍기는 반전 감정 때문에 전쟁의 시작이 무엇때문이었나,는 한켠으로 물려지고 오히려 그들을 위로하고 싶어지다니.
패전국의 피해망상이 시작된 1945년이 D-100일로 설정되어 있고, 현재는 D-0일로 되어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D데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D데이가 되는 날은 그들이 전쟁의 파편을 모두 치우는 그 날이어야한다. 자신들의 교과서가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뜨악함을 느끼는 그 날이어야한다고. *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