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실의 (양장)
마테오 리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 : 천주실의
저자 : 마테오 리치
출판사 : 서울대학교 출판부
출판년도 : 1999년
쪽수 : 580

1. 천주 실의는 국사책에도 나오듯, 천주교 신부인 마테오 리치가 중국 사람들에게 천주교를 전파하기 위하여 저술한 책으로 유명하다.

2. 연표를 약간 알면 이해가 편할 듯 하다.
1552년 마테오 리치 출생
1583년 중국 도착
1591년 '사서'의 라틴어 번역 시작
1603년 천주실의 출판
1604년 화려한 플란틴체의 다국어판 '성경'이 베이징에 도착

3. 실제 읽어보니, 이 책은 '복음서'의 요약이 아니고 '기독교 변증서'이다. 형식은, 중국 선비와 서양 선비가 주제별로 서로 논박하는 형식으로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첫 7장은 순수한 변증이고 마지막 8장에서 '약간의'복음에 대한 내용이 나온 후, 중국 선비가 감사하며 천주의 도리를 궁구해 보기로 하고 아울러 그 복음에 대하여 다 듣기를 원하는 장면에서 책이 끝난다.

4. 논의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도교'와 '불교'가 '공'과 '무'를 논의의 핵심으로 잡았으니 이는 허망한 것이요 이치에 맞지 않다. 불교와 도교에서는 무에서 유가 나온다는 주장을 펼치는데 이는 맞지 않는 것이요, 세상을 보면 그 '창조주'가 계신 것을 알 수 있다. 오직 천주만이 스스로 존재하시는 자요, 모든 것의 창조주요 주재자 이시다.
2) 이러한 천주의 도리는 예전 성현은 '천명'이라 하였다. (실제 명확히 써져 있지 않지만, '공자' 까지를 '옛' 성현으로 보는 것 같다. 맹자를 대놓고 비판하는 장면이 나온다) '천명'이란 '본래 그러한 것'이라는 주장을 한 주자의 말과는 달리, '실체'가 있는 것이다. 유교의 '옛 성현'은 천주의 도리를 따라야 하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실체'가 있는 것을 알았으나, 도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은 주자에 이르러서는 '실체'가 없어지고 '본래 그러한 것'으로 천명이 대체되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5. 서양의 변증서는 우리에게는 너무 현실에 맞지 않는 '이상한' 이단에 대한 논의로 꽉 차 있어 논리싸움은 재미있지만 실생활 변증이지 못하다. 하지만, 천주실의는 우리의 생활에 말할 수 없이 많은 영향을 끼친 '유교'에 대하여 말하고 있으니, 그 하나 하나의 변증이 너무나 절실하고 심금을 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누가 고리타분한 옛 책이라고 하겠는가.

6. 다만 슬픈 것은, 이 책을 읽고는 기독교인이 되기 힘들 것이다. '변증'에 치우쳤을 뿐 아니라, 유교와 한편이 되어 불교와 도교를 공격하는 가운데, 유교의 '천명'과 '천주'의 차이가 희미해 졌고, '예수님의 복음'에 대하여는 딸랑 한 두 페이지만 적혀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유학자'의 논리가 깨질 수 있겠지만 (유교의 사유 방식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전체 책을 이루고 있다. '옛 성현'의 말씀으로 주자의 논리를 깨부수고 있다고 한다면 대충 비슷하다), 그렇다고 빈 것이 새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 아마도 그 때 이미 성경의 번역이 일부 이루어진 것 같다. '성경'이 일부 번역되어 있다고 하니, 그 온전한 복음의 도를 듣기를 청하는 장면이 마지막 장면이라는 것은, 이 책이 '논리적 변증'을 통한 천주교로의 귀의를 목적으로 한 책이요 복음 그 자체를 기술한 책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이 책은 참 잘 쓴 책이며, 개신교인들도 한번쯤은 읽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7. 이 책의 논의의 포괄성이나 논리의 정연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방대한 유교 경전(주로 초기의 시경, 서경, 역경, 논어, 중용)의 인용을 통한 변증은 정말 가슴 뛰고 짜릿한 흥분까지 가져다 준다. 서양에 파스칼의 팡세가 있다면, 동양에는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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