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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임혜민
처음에 이 책을 잡았을 때, 길이도 길고 글씨도 작아서 내가 좋아하는 장편 소설 종류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맨 처음 장을 폈을 때,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는 장면과 강제 이주에 대한 장면이 나와서 실망하며 책을 덮게 되었다. 그러다가 며칠 후, 다시 책을 읽기로 하였고, 나는 이 책의 매력인 훈훈한 이야기와 즐거운 재미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주인공의 이름은 작은 나무이다. 작은 나무는 ‘체로키’ 라는 인디언 혼혈아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인디언 식 작은 나무와 도시 식 나와의 생활을 비교하며 읽었는데, 가장 크게 달랐던 것은 사는 곳과 생활 방식, 그리고 입는 옷과 신발 등 이었다. 나는 도시에서 살지만 작은 나무는 산에서 살고, 나는 집에서 공부하며 엄마, 아빠와 살고 애완견을 키우지만, 작은 나무는 산 속에서 옥수수 재배와 위스키 만들기를 하며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냥개를 키우며 산다. 또, 나는 코트를 입으며 부츠나 캔버스화를 신고 다니지만, 작은 나무는 동물의 가죽 옷과 모카신을 신고 다닌다.
이 책에는 너무도 슬픈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를 끝없이 울리곤 하였다. 특히 작은 나무의 곁에 늘 함께 있었던 영혼이 떠나 간다는 것이 가장 슬펐었다. 가장 먼저 작은 나무의 곁을 떠난 것은 늙은 사냥개 링거이다. 가족 같던 링거가 떠나 갈 때에 울었다. 그리고 와인 씨라는 노인이 떠나 갔을 때에 또다시 울게 되었다. 그리고 작은 나무의 버팀목이 되어 주던 윌로 존과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마지막까지 함께 여행하던 사냥개 두 마리, 리틀 레드와 블루 보이가 차례로 떠나 갈 때까지 계속 울었었다.
인디언들은 한 영혼이 떠나 갈 때, 육신의 마음은 죽지만 영혼의 마음만은 살아 있다고 믿는다. 또, 이번 삶이 끝나고 또 다른 삶이 시작될 때, 사랑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믿음이 유치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인디언들의 이런 믿음이 유치하기보다는 오히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가족들도 믿지 못하는 이런 시대에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지켜 나가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영혼의 마음이 커다랗게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부자이고, 더욱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작은 나무가 목사에게 매맞고, 애써 모은 50센트를 사기 당할 때, 교회에 다닐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나는 아직 종교가 없기 때문에 친구들이 교회에 함께 가자고 설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죄 없는 작은 나무를 학대하는 광경을 보니까 목사와 교회가 싫어졌다.
또, 정치인들도 싫어졌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작은 나무를 교육을 핑계로 고아원에 보내 버렸으니 말이다. 나는 정치인이 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정치인이 되어 아무리 정치를 잘 한다고 해도 작은 나무는 언제나 정치인들을 싫어할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원망을 받고 싶지 않다. 그게 작은 나무라면 더 더욱 말이다.
이 책은 나의 욕심이 있는 육신의 마음을 줄여 주고, 대신 아름다움이 있는 영혼의 마음을 늘려 주었다. 이제 크리스마스이다. 욕심을 없애고 남에게 베풀어 주면 영혼의 마음은 늘어나게 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나의 욕심을 채워 줄 돈으로 대신 불우 이웃 돕기 성금과 함께 사랑의 열매 구입, 크리스마스 씰 사기를 하기로 스스로 계획하였다. 나에게 이런 아름다운 마음을 준 이 책과 주인공 작은 나무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