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마지막 날이다.이번 휴가엔 먼 여행을 떠났다 왔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오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먼 시간 여행길이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보다 무려 2000년 정도를 더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까마득한 옛날, 세상 모든 것을 가졌으나 단 하나 가지지 못한 영생을 얻기 위해 떠나는 길가메쉬의 모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1923년에 수메르어 문법 기초가 다져지고 발굴된 설형문자 기록의 판독작업이 서서히 시작된 때가 겨우 1930년대라고 한다. 우리가 어려서 공부한 세계사 책에서 당시 역사를 단 몇 줄 안에서 이해해야 했던, 결국 이해할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톰 홀랜드의 책 ‘페르시아 전쟁’ 서문엔 사료와 연구 부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알아낸 한에서 학계의 반론을 각오하며 쓴다는 대목이 있는데 이 시대는 그러한 페르시아 시대보다 2000년 정도 앞서니 기록이 아직 남아있고 발굴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기적이 아닐 수 없다. 탯줄을 잡고 떠나는 나의 역사, 그리고 아직 보이지 않지만 만나고 싶은 역사의 배꼽(이 책 속 표현) 찾기 여행은 이제 겨우 시작이지만 고고학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첨단 과학기술과 만나면 더 많은 걸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길가메쉬의 모험. 영생 문제를 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고민하는 인간의 역사가 참 깊고도 깊구나. 수많은 욕망을 좇다 생긴 상처에 피가 흐르고 아무는 사이, 잃은 것과 얻은 것 사이, 잊은 것과 기억하는 것 사이의 수많은 에피소드와 고민 속에서 지혜가 자란다. 그렇게 삶은 지속되고 성장한다. 하루를 정말 잘 보낸 후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집으로 향할 때의 그 충만함을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느끼고 싶다. 실제본의 예쁜 책이고 자료 사진도 많이 실려 있어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
친구가 읽고 좋다 말해준 허지웅의 <살고 싶다는 농담>을 오늘 읽었다. 허지웅, 말을 잘하는 예능인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이었구나. 워낙 배경 지식이 풍부하고 시각이 날카로워 글이 뻔하지 않고 재미가 있다. 죽음(진짜 죽음을 포함하여 상실감, 실연 같은 자아의 죽음)의 공포를 숙명처럼 마주하고 사는 인간이 살려고 선택하는 후회, 자기연민, 자기기만, 자기부정 같은 것들은 진정 소중한 바로 이 순간을 덧없이 놓쳐버리게 만든다. 살려고 선택한 것이 나를 죽인다. 그러지 말자고 작가는 말한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더 많은 시간을 진짜 를 살면서 살 수 있는 그들이니까. 그의 깊고 깊은 성찰에서 나온 따뜻한 글들이니 이 글을 읽는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줄 거라 생각한다. 또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좋은 책을 소개해준 내 친구~~ 고마워~~~